김우현 
 
 겨울엽서.3-언약을 이룬다는 것...

연말에도 새해 첫날에도 촬영을 하고 편집을 했습니다.
친구 재완이와 이십년 가까운 시절을 촬영하며 영화를 만들자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몇달째 편집 중입니다.
그동안 방송이든 아니든 무수한 작업을 했지만 이렇게 긴 작업은 처음입니다.
90년대 초 광화문 거리에서 재완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영화를 꿈꾸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내게 그 친구는 첫 주인공이자 지금까지 히로인입니다.
우리만의 영화를 만들자며 어설픈 촬영을 하는 동안 나는 방송일을 하게 되었고
재완이는 거리에서 장사와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성령님을 체험하고 말씀을 전하고 재완이는 담배를 끊고 역시 성령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시집을 내달라는 재완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규장 출판사 여진구 대표에게 부탁을 했다가
추천사가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란 책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20년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붙어 다니고 촬영하고 시퍼런 농을 지껄이고
언제 영화를 완성할지 여전히 고민입니다.
수백 개의 테잎을 프리뷰하고 구성하고 아주 작은 부분만 담아낼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 지나한 작업을 하며 은근히 깨달아지는 것이 있습니다.
쉽지않은 편집의 여정에서 이렇게 애쓰는 것은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언약'을 지키는 것은 이토록 쉽지가 않구나.
새해 첫날에 영하의 날씨에 촬영을 하고 와서 편집을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우리 주님을 생각했습니다.
아버지의 그 언약, 말씀하신 것들을 이루시기 위하여 죽기까지 복종하신....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요19:18-20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다 이루었다'.....
주님은 아버지가 언약하신 것을 이루시기 위하여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것을 이루시기 까지 그 눈물, 고통, 간구, 십자가의 길..충성의 역사는 상상을 불허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가 하신 그 일을, 그 천국의 형상을 닮는 것(요14:12, 롭8:29)은 당연함입니다.
수없는 시간들, 인내하고 다듬고 촬영하고 찾고 기다리고 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잠잠히 만집니다.
뒤틀린 생을 가진 작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려다가 그 주님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이 축복을 주시려고 그렇게 인도하셨나 봅니다.
나도 주님처럼 그렇게 그 길을 가겠노라고 이른 아침 일어나 간구했습니다.
아버지의 뜻, 그 마음, 그 길을 이루기 위하여 인내하고 애쓰고 사랑하고 섬기기를...
이제 이 영화가 완성되면 재완이와 변방 어디든 찾아가 같이 나누고 기도 하기로 했습니다.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전해져야 주님이 오시기에,...
그렇게 하나님의 언약을 성취하기 위하여 즉도록 충성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