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906
2019.09
21
허공에 매달려
빈틈없는 가시창들로 성벽을 쌓고
느긋하게 가시창들을 세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내리치는 막대기에
허공에서 혼돈의 땅으로 추락하여
나뒹구는 가시 돋친 밤송이
추락의 충격도 잠시
사정없이 짓밟는 발길질에
저주의 가시창벽이 무너지자
드러난 단단한 방패옷을 부여잡고
떨어져 나간 가시창들을 그리워할 때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단단한 방패옷조차 찢겨지고
솟구치는 고통의 눈물 속으로
이미 앞서 가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죽음의 십자가 피눈물이 흐를 때
창과 방패로 마지막까지 감추고 싶던
견고한 자기 사랑의 떫은 속껍질을
죽음의 피눈물에 불려
날 선 칼날로 깍아내며 완성해 내는
그리스도 손 안에 있는 알맹이는 보았네
두들겨 맞음도
짓밟는 발길질도
찢겨짐과 깍아냄도
안고 있는 그 분이 먼저 당하셨음을
창세전 언약 안의 고귀한 사랑의 표현임을
안겨 있는 알맹이만 알 수 있는 드러난 비밀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