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충격속으로 몰아넣었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의 가해학생 2명이 피해자의 자살 소식을 알고서도 태평스러운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서모(14)군과 우모(14)군이 지난 21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면 한 학생이 (죽었는데) "어쩌지? 선생님한테 혼나면 머라고 하지”라고 묻자, 다른 한 가해자가 "몰라 그냥 인정하지머 ㅋㅋㅋ"라고 답했다.

이어 "감방가게"라고 재차 묻자 이 학생은 "(감방)안간다.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적었다.

21일은 피해자 권 군이 유서 넉 장을 남긴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바로 다음날이다.

이들은 또 자살 당일 피해자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권군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대구
수성경찰서 이날 서군 등 2명에 대해 상습상해와 상습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수사를 일단락 지었다.

경찰은 또 범행 가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난 김모(14)군도 폭행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서군 등 2명은 지난 9월부터 지난 19일까지 권 군의 아파트에 드나들며
온라인 게임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검과 단소 등으로 33차례에 걸쳐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비슷한 기간 권 군에게 230여 차례에 걸쳐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인터넷 게임과 영어숙제(일명 빡지)를 대신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진술이 엇갈렸던 '물고문'도 피해자가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14일 욕조에 물을 받아 실행에 옮긴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또 이틀 뒤인 16일 서군 등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물고문 재시도를 모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찰은 아파트 CCTV화면에 찍힌 또 다른 학생 3명은 범행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숙제A4용지에 빡빡하게 글을쓰는 것 ....일명 빡지 ...유서 전문에 나오는 빡지에 대한 설명글 입니다
 
대구 중학생 유서 전문…누리꾼 "슬프고 안타깝다"
이투데이 / 최종입력시간 : 2011-12-27 09: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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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지난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한 중학생의 유서가 공개돼 누리꾼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다.

다음은 대구 자살 중학생의 유서 전문이다.

 

 

제가 그동안 말을 못했지만, 매일 라면이 없어지고, 먹을 게 없어지고, 갖가지가 없어진 이유가 있어요. 제 친구들이라고 했는데 ○○○하고 ○○○이라는 애들이 매일 우리 집에 와서 절 괴롭혔어요. 매일 라면을 먹거나 가져가고 쌀국수나, 용가리, 만두, 스프, 과자, 커피, 견과류, 치즈 같은 걸 매일 먹거나 가져갔어요.

3월 중순에 ○○○라는 애가 같이 게임을 키우자고 했는데 협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매일 컴퓨터를 많이 하게 된 거에요. 그리고 그 게임에 쓴다고 제 통장의 돈까지 가져갔고,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제 등수는 떨어지고, 2학기 때쯤 제가 일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 친구들이) 계속 돈을 달라고 해서 엄마한테 매일 돈을 달라고 했어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담배도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고, 빡지까지 써줬어요. 게다가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때리고 나중에는 ○○○이라는 애하고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키우라는 양은 더 늘고, 때리는 양도 늘고, 수업시간에는 공부하지 말고, 시험문제 다 찍고, 돈벌라 하고, 물로 고문하고, 모욕을 하고, 단소로 때리고, 우리가족을 욕하고, 문제집을 공부 못하도록 다 가져가고, 학교에서도 몰래 때리고, 온갖 심부름과 숙제를 시키는 등 그런 짓을 했어요.

12월에 들어서 자살하자고 몇 번이나 결심을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가 생각나서 저를 막았어요. 그런데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저도 정말 미치겠어요. 또 밀레 옷을 사라고 해서 자기가 가져가고, 매일 나는 그 녀석들 때문에 엄마한테 돈 달라하고, 화내고, 매일 게임하고, 공부 안하고, 말도 안 듣고 뭘 사달라는 등 계속 불효만 했어요.

전 너무 무서웠고 한편으로는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가 사는 유일한 이유는 우리가족이었기에 쉽게 죽지는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몸은 성치 않아서 매일 피곤했고, 상처도 잘 낫지 않고, 병도 잘 낫지 않았어요. 또 요즘 들어 엄마한테 전화해서 언제 오냐는 전화를 했을 거예요. 그 녀석들이 저한테 시켜서 엄마가 언제 오냐고 물은 다음 오시기 전에 나갔어요.

저, 진짜 죄송해요. 물론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남한테 말하려고 했지만 협박을 했어요.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쯤에 ○○○이나 ○○○이란 애들이 자세하게 설명해줄 거예요.

오늘은 12월 19일, 그 녀석들은 저에게 라디오를 들게 해서 무릎을 꿇리고 벌을 세웠어요. 그리고 5시 20분쯤 그 녀석들은 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또 제 몸에 칼등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고 했어요. 그리고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우리 가족들을 욕했어요. 저는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어요. 걔들이 나가고 난 뒤, 저는 제 자신이 비통했어요. 사실 알고 보면 매일 화내시지만 마음씨 착한 우리아빠, 나에게 베푸는 건 아낌도 없는 우리엄마, 나에게 잘 대해주는 우리 형을 둔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거예요.

제가 일찍 철들지만 않았어도 저는 아마 여기 없었을 거예요. 매일 장난기 심하게 하고 철이 안든 척 했지만, 속으로는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사랑했어요. 아마 제가하는 일은 엄청 큰 불효인지도 몰라요. 집에 먹을 게 없어졌거나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고 혼내실 때, 부모님을 원망하기보단 그 녀석들에게 당하고 살며 효도도 한 번도 안한 제가 너무 얄밉고 원망스러웠어요. 제 이야기는 다 끝이 났네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인데, 그 녀석들은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알고 있어요. 우리 집 도어키 번호 좀 바꿔주세요. 저는 먼저 가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저희 가족을 기다릴게요.

12월 19일 전 엄마한테 무지하게 혼났어요. 저로서는 억울했지만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그 녀석들은 그날 짜증난다며 제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 때 수업하지 말라고 ○○○은 한문, ○○○는 수학책을 가져갔어요. 그리고 그날 제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 하였고, 5시 20분쯤부터는 아까 한 이야기와 똑같아요.

저는 정말 엄마한테 죄송해서 자살도 하지 않았어요. 어제(12월 19일) 혼날 때의 엄마의 모습은 절 혼내고 계셨지만 속으로는 저를 걱정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냥 부모님한테나 선생님, 경찰 등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지만, 걔들의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 대부분의 학교친구들은 저에게 잘 대해줬어요. 예를 들면 ○○○, ○○○, ○○○, ○○○, ○○○, ○○○, ○○○, ○○○, ○○○, ○○○, ○○○, ○○○, ○○○, ○○○, ○○○, ○○○ 등 솔직히 거의 모두가 저에게 잘해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저는 매일매일 가족들 몰래 제 몸의 수많은 멍들을 보면서 한탄했어요.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그리고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던 내 친구들, 고마워. 또 학교에서 잘하는 게 없던 저를 잘 격려해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집 도어키 번호를 바꿔주세요. 걔들이 알고 있어서 또 문 열고 저희 집에 들어올지도 몰라요.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아빠 매일 공부 안 하고 화만 내는 제가 걱정되셨죠? 죄송해요. 엄마 친구 데려온답시고 먹을 걸 먹게 해준 제가 바보스러웠죠? 죄송해요. 형. 매일 내가 얄밉게 굴고 짜증나게 했지? 미안해. 하지만, 내가 그런 이유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앞에서 밝혔으니 전 이제 여한이 없어요. 저는 원래 제가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지만 제가 진실을 말해서 억울함과 우리가족 간의 오해와 다툼이 없어진 대신, 제 인생 아니 제 모든 것들을 포기했네요.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저는 오히려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려서 후련하기도 해요. 우리가족들, 제가 이제 앞으로 없어도 제 걱정 없이 앞으로 잘 살아가기를 빌게요.

저의 가족들이 행복하다면 저도 분명 행복할 거예요. 걱정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언젠가 우리는 한 곳에서 다시 만날 거예요. 아마도 저는 좋은 곳은 못갈 거 같지만 우리가족들은 꼭 좋은 곳을 갔으면 좋겠네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우리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막내 ○○○ 올림-

P.S. 부모님께 한 번도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말 못 전했지만 지금 전할게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온라인뉴스팀 기자
 
 
“안 맞아서 상태가 맛 갔네” “내일 죽인다”
 
영남일보 / 김일우기자 2011-12-26 07:48:36

 

투신 중학생이 받은 협박문자 복원해 보니 ‘기가 막힌다’

새벽까지 숙제시키고 금품 뺏고 안하면 죽인다…9월부터 삭제된 것만 274통

좋아하는 친구와 문자 주고 받으며 행복해하던 평범한 학생을 이렇게 죽음으로 몰고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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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반 학생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 20일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대구 모중학교 2년 A군(13)은 지난 9월부터 하루 많게는 30통 넘는 협박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새벽까지 가해학생들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 레벨 올리기와 숙제를 대신해 왔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12일부터 지난 19일까지 A군의 삭제된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부분적으로 복원됐다. 복원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A군은 가해학생들과 같은 반이 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범한 학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만해도 A군은 친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내가 매일 너 앞에서 쭈뼛거리고 학교와 학원 끝나면 몰래 따라오는건 몰랐어?’ 등 여학생과 주고받은 수줍은 문자는 사춘기 청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 친구들과 ‘숙제했냐’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농담을 하는 등 A군의 밝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때부터 문자메시지는 가해학생 B군(14)이 보낸 ‘닌 오늘 개때려준다’(9월14일), ‘요즘 안 맞아서 영 상태가 맛갔네’(11월20일), ‘내일 죽인다’(12월18일) 등의 협박 문자메시지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복원된 문자메시지에는 ‘빈폴바람막이 사라고’(10월15일), ‘50분 맞을래 (숙제)15장 쓸래’(10월22일) 등 A군으로부터 금품을 뺏고 숙제를 대신 시킨 내용도 들어있었다. ‘닥치고 기본 (새벽) 2시반이다’(12월16일), ‘20분 간격으로 지금부터 (새벽) 3시까지 내폰에 전화하고 보고도 해라’(12월18일) 등 가해학생은 A군에게 다음날 새벽까지 문자로 자신들의 온라인 게임 캐릭터 레벨을 올리도록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삭제된 협박 내용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만 274통에 이르며, 이 가운데 대부분(273통)은 두명의 가해학생 가운데 A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B군이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해학생들이 A군 자살 전날 밤 11시가 지나서까지 A군에게 게임을 시키고 20분간의 휴식시간을 준 뒤, 다시 게임을 하라고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복원된 문자메시지 내용 대부분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와 일치한다. 26일부터는 가해학생들의 삭제된 휴대폰 문자메시지 복원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일우기자

 

 

대구 중학생 자살, 가해자 학생 혐의 인정, "장난 삼아 했다"

 

2011년 12월 23일 (금) 18:09:28  / 박용섭 기자

 

[조은뉴스=온라인뉴스팀 박용섭 기자]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중학생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범죄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23일 대구 수성경찰서는 서모군(14)과 우모군(14)등 2명을 불러 조사한 결과 피해학생 권모군(14)이 남긴 유서의 내용에 대해 대부분 시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학교와 권모군의 집을 오가며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한편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25만원을 갈취하고, 게임기와 20만원 상당의 파카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유서에 있는 물고문과 관련해서는 "세면기에 물을 떠놓고 고문하려던 것은 맞지만, 위험하다 생각해 실행하지는 않았다”고 혐의를 부정했다.

서군 등은 "장난삼아 한 일인데 사태가 이렇게 커질줄은 몰랐다. 친구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눈물을 글썽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다시 불러 피해 학생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아파트 CCTV를 분석한 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를 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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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독버섯 `일진'> 교사 눈에 비친 `그들'⑧
 
"지금 손대지 않으면 `대구사건' 끊이지 않을 것"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이제라도 모두 관심을 갖고 아이들을 지키지 않으면 `대구 사건' 같은 비극이 끊이지 않을 겁니다"
학교폭력 전담 교사들은 초등학교까지 퍼진 `일진 악습'을 수술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대구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일진'과 거리가 먼 평범한 아이들도 일그러진 그들의 문화에 젖어들어 잠재적 가해자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겸해 폭력전담을 맡고 있는 이모(46ㆍ여)씨는 학교 친구들의 잔인한 괴롭힘을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의 중학생 사연을 접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올해 1학기 때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시 "아이 몸에 멍 자국이 있다"는 5학년 남학생 부모의 신고를 받고 조사를 한 결과, 이 학생이 학교 친구 4명으로부터 2개월 동안 학대에 가까운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해 학생은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군대놀이에서 졸병 역할을 했는데, 잘못할 때마다 도구로 몸을 찔렸다. 그런 과정에서 몸에 멍이 든 것이다.

   그런데 대구의 중학생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학생들은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이 사건은 가해학생 부모의 사과와 보상으로 조용히 수습됐지만 이씨가 받은 충격은 작지 않았다. 평소에 전혀 문제아가 아니더라도 이유없이 친구를 괴롭히고 상처를 입히는 비행을 저지를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일진'의 폭력 행태를 고스란히 모방한 것이었다"면서 "아이들이 `일진' 그룹을 두려워하면서도 힘을 앞세운 그들의 행태를 선망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재직하는 학교에는 `일진'이 존재한다. 그가 파악하기로 남녀 통틀어 20명 안팎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학교 `일진'들을 폭력서클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함께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하거나 중학생을 포함한 선후배들과 `양 관계'를 맺은 아이들이다. `양 관계'는 후배는 선배를 `양오빠, 양언니'로, 선배는 후배를 `양동생'으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씨가 직간접 경험을 통해 파악한 `일진' 그룹의 비행과 탈선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구타, 흡연, 따돌림, 상납 등 도저히 초등학생이라고 믿기 어려운 행동을 버젓이 한다.

   이씨는 "`일진'도 그룹에서 벗어나려 하면 왕따 보복을 당하는데 평범한 학생을 왕따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라며 "대구 사건을 생각할 때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매우 무서운 얘기"라고 말했다.

   올해로 23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그는 교육당국의 닫힌 자세도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학교의 교장, 교감들은 `일진' 문제가 생겨도 덮으려고만 하고 담임교사도 윗사람 눈치를 보면서 동조하기 때문에 해결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교사는 "초등학교 때 `일진'들은 몰려다니는 정도지만 중학교 선배와 연계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일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초등학교 때부터 예방하고 지도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원군의 한 농촌 소재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씨도 "아직 우리 학교는 심각하지 않지만 초등학생들이 `일진'들의 악습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일진' 문제에 과감히 메스를 대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012/01/01 05:05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