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오늘도  집에 늦게 가?  일때문인가?  요즘 퇴근이 늦는거 같던데,,"


상사가 걱정스레 묻자 오과장은  괜시리 뒷머리를 긁적인다


"아뇨, 일은 끝났는데, 저녁먹구 갈까하구,,,"


말끝을 흐리며  답을 하고  동료들이 떠나간  빈 사무실에서

오과장은 오늘은 또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나 고민이 된다



특별새벽 기도에 모든 열정을 불사르던 아내가

이번엔 해외로 한달간 단기선교를  가버렸다

자신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일에 정성을 바쳐야

세상 일하는 남편은 하늘이 돌보는 거라며

곰탕을 잔뜩 끓여놓고 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지로

아이들까지 데리고  떠난지  어느덧 열흘째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말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싶었건만,

열흘쯤 지나니 오과장은 은근히 속이 상한다

직장에선 다들  여름휴가를  가니 마니 계획을 짜는데

휴가는 둘째치고

홀로 밥을 먹고, 집에가면  빨래에 청소까지,,

여름이라  냄새때문에 안 할수도  없고 이게  무슨 청승인가 싶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염려되는건 

주 5일을 교회를 들락거리는 아내 때문이다 

가면 갈수록  점점 신앙생활만 잘하면

만사형통이  될것처럼  여기는듯 하고

선교봉사가 마치 자신의  신앙에  정점이라도 되는듯  격앙된 모습을 보니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번 선교여행은 말리고 싶었던 오과장이다


그러나  예배시간에 선교지로 떠나는 교인들을  향해

강력히 말씀하시던 목사님이 떠올랐다


" 성도 여러분,

  선교 봉사야말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며

  영혼들을 위해  전도와 구제를 하는 것은 엄청난 축복입니다 

  직접 가지 못하는 분들은 물질로 책임을 다하시면

  하나님은 모두에게 동일한 복을 주십니다

  파송되는 성도들은 은총받은 사명자인 만큼

  남은 가족들은 그들이 없는 불편함을 힘들어 하면 안됩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을 대적하는 불순종입니다!!"



한숨을  토해내며  오과장은

그래,,좋은 성도는 못될지언정

불순종은 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는

저녁 메뉴로 정한  된장찌게 한수저를 푹 퍼올려 본다



# 2


저녁상을 물리고 과일을 먹던 남편이 근심어린 말투로

입을 뗀다


" 오과장말야, 어쩌지,,, "


뒷말은 듣지 않아도 대충 짐작이 갔다

며칠 전부터 남편이 걱정하던 일이 결국 생겼구나 싶었다


회사에선 지난 5월에 한차례 감원이 있었다

당시 오과장은 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아내가 바라던 승승장구는 커녕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움을 오과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교회일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모든 일이 잘될거라  믿는  아내에게

차마 의논할 수 없었노라고 했다

그런데 10월 감원명단에 결국  이름이 오른 것이다

 
"오과장 와이프가 애들이랑 선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문자랑 사진으로 엄청 보내온대

 남편이 퇴직하는거 알면, 선교봉사까지 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싶어서  상처 받을까봐

오과장이  걱정 하더라구"


마음 여린 오과장을 챙기던 남편은  안색이 어둡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되돌아보면 은혜지!

 우리 목요 성경모임에도  그런 분들 많이 오시잖아

 어떻게 될지는  두고보면 알겠지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부디 오과장 아내가 우리의 걱정이 무색할 만큼 

담대하게 이 일을  잘 넘겨주면 좋을텐데,,싶었다



# 3


아마 나도 이전 같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선교를 하고  돌아오는데,,

그것도 자식들까지 데리고 열악한 환경을  참아가며

주의 일을 하는데 남편이 짤려?

하나님은 대체 정신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내 남편을 승진은 못해 주실망정 감원 대상자에  올리다니,,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선교하는 분들은 

그 서운함이 좀더 남다르다는걸 익히 알고있다


한동안 해외선교부에서  봉사자로 일한적이 있다

그때 세계 각지의 선교사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다

선교보고를  마치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영과 육의 고단함이 커서 그런지 갑자기 힘든 일이 생기면

원망이  올라오더라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다



원망하는 마음이 왜 오는 것인지는  본인 자신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을 무릎쓰고   순수한 마음으로

십자가만을 의지하여 선교하는  분들이 계시다는걸 알지만

그 순수함을  유지하는 인내도 결국은

하나님의 넘치는 은혜가 아니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한국에 들어와 안식기간을 보내다가 결국 포기하시는 분들도 몇분 보았다

그것이 차라리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스스로를 속여가며  억지로 선교지로  돌아간들

무슨 기쁨과 감사가  나오겠는가


오히려  선교를 빌미로  하나님과 거래를 하려는  죄를 짓는 것보다

더 용기있는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과장의 아내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곧 남편의 상황을 알게 될 것이다

속상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들겠지만

무엇보다  혼자 맘고생한 남편을

섬겨주며 다시 시작하도록 격려하는데 

시간과 마음을 같이하면 참 좋겠다


그리고

하나님의 일을  하려고  온통 집밖으로만  향해있던 시선도

이제 그만 거두게 되길 바란다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임을 아는 은혜가

주안에서  찾아오길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