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의 신학에 대한 상담을 접하면서 이 글을 같이 나누어보려고 올립니다.

이숙경 작가의 블로그에서 펌  http://blog.daum.net/2011canna/1007)


4달 동안 집중하던 장르 글쓰기을 (일단) 접었다.

그리고 맞이한 설 연휴는 자유와 평안과 기쁨!


며칠 전 사우나 부흥회에서 친구의 말,

"좀 더 하나님이 원하시는 쪽의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었어. 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보다 더 며칠 전 아프면서 내 마음속의 말,

"생활비에 치여- 그 알량한 생활비의 1/3밖에 안되는 연금 등등- 휘둘리는구나... 지금보다 더 궁핍할 때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 나와 주님 사이에 걱정덩어리가 막고 있군..."


그보다 더 몇 달 전 영혼의 방황을 경험했던 친구의 말,

"우리는 그렇게 늘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사는 거야. 그래도 다시 제자리로 왔으니 얼마나 좋으냐!"


그래서 좋다.

나이에 걸맞는 여유, 평안, 즐거운 하루하루... 맛있게 빠져드는 독서...

그런데 어제는, 오늘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에게는 드문 일이다. 밤에 잠을 못자는 거...

정말이지 나의 지난 거의 모든 일들이 더 떠올랐다. 나는 밤새 나의 일생을 다시 쓴 기분이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떠나는 아브라함의 심경이랄까? 큭


새벽 3시 넘어서 휴대폰의 4시 알람을 꺼버리고 겨우겨우 잠이 들어서 6시 정도에 다시 눈이 떴다.

베트남 커피를 마시면서 시 한 편을 필사하고

(성경책은 펼치기 싫어서 건너 뛰었다...)

편안하게 앉아 있으려니 문득

책상 바로 앞에 붙어 있는 기도 목록에 눈이 갔다.


그 4번째 순서에 동네 교회 목사님이 있다.


어제 모처럼 본교회에 온 가족이 함께 가서 예배하고 오면서 셋이 모두

동네 교회 걱정을 했다.

지난 설명절 주일에는

내가 이것저것 명절 음식을 한 접시씩 만들어 가서 단 한 분인 할머니 교인과

그리고 새로 올 마음이 있는 듯 없는 듯 한 55년생 젊은 할머니 한 분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모두, 좋아하는데 특히 사모님은

"오늘은 안오실줄 알았는데 계셔서 너무 좋았고요...그리고 부엌에서 반찬을 가져온 쇼핑백을 발견하고..

울컥, 했어요..." 하시는데  그말을 듣는 내 맘이...


그 사모님이 몇 주 전 하염없이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었다.


"너무 힘들어서...목회를 그만 둘 생각까지 났어요..."


자그마한 상가 건물 이층의 반쪽을 분양받아(전 재산을 다 털어넣었다고 했다) 입당한지 1년 하고 반년이 지났는데

교인은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 교인 한 사람...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담배공초를 주으며 집으로 돌아가고

어느 땐 한 사람의 성도와 어느 땐 아무도 없이 가족끼리 어느 땐 우리 가족과 함께

매주 수요일 금요철야 주일 예배, 주일 오후 예배...

매 번 A4 용지 몇 장을 넘길 정도로 성실하게 설교 준비를 해오시는 목사님.

깊은 산골, 인적이 드문 동네도 아니고

전후 좌우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개척교회인데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안 온다, 개척교회에는.


어제 우리 교회에 갔더니 교인 수가 십년 전보다 반은 훅 빠진 거 같다.

 

사람들은 이제 교회도 믿지 않고

목사님도 믿지 않고

하나님도 믿지 않고

예수님도 믿지 않는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 태반이 어떻게 하면 교회를 안갈까 그런 궁리만 하는 거 같다.


이제 교회안에는 구원이 없다고

다들 그렇게 결론지은 모양이다.


나도 교회가는 것이 이전처럼 가슴 뛰거나 즐겁지 않다.

(그래도 일주일 중에서 가장 좋은 시간인 것은 확실하지만)


기도 목록을 보고 새삼 동네 교회가 떠오른다.


명절 주일인데 김치에 북어국만 준비할 수 밖에 없었던 사모님.

내가 똥그랑땡과 동태전, 잡채와 샐러드를 한 접시 가져간 것을 보고

울컥, 했다는 사모님을 어떻게든 위로해드리고 싶지만...


...모든 생각을 접고 책 속으로 도망간다.


커피 한 잔 더 할까?

오랜만에 베트남 커피 마시는데 이것도 꽤 괜찮구나!


나는 너무...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