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없는 목사 
황대연 목사 著 '목회는 연애보다 짠하다' 연재 (제 5 회) 
뉴스앤조이(newsnjoy) [조회수 : 1424]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믿음 없는 목사입니다. 게다가 간도 작아 이래가지고서야 어찌 큰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듭니다.

어제였습니다. 수자원공사 앞을 그렇게 지나다녔는데도 왜 진작에 눈에 띄지 않았는지, 벌써 두 주일 전부터 걸려 있었다는 ‘종교부지’ 분양광고 현수막을 처음 보았습니다.

지하실 교회 목사의 소원이 있다면 땅 위로 올라와 햇볕을 보는 일일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단지 내 상가 지하에 개척을 하면서 더 이상 확장할 수도 없고 갈 곳도 없는, ‘한계’를 늘 느끼고 있던 터에, 종교부지 분양광고는 저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시화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종교부지였습니다. 340평에 3억 3,000만 원, 그러니까 한 평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5%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 1,700만 원만 있으면 응찰이 가능하고 그 후에 추첨을 한다고 합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말고, 혹시나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실지 모르니까 한번 원이나 없게 응찰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 돈이 어디 있단 말인가? 모레 오전 10시까지 은행에 넣어야 한다는데 …….’

종교부지를 둘러보다가 답답한 마음에 교회로 갔는데 예배당 안에서 두런두런 기도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녁마다 기도하러 오시는 K권사님과 S집사님, 그리고 두어 분 성도님께서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말씀을 전해달랍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기도제목 삼아 종교부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모두들 함께 그 땅에 가보자고 합니다. 땅을 보고 나서 S집사님이 이렇게 말합니다.

“목사님, 저한테 적금 들어놓은 돈이 있습니다. 우선 급한 대로 이것으로 한번 응찰이나 해보시지요.”

저는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예배당에 나가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안 되면 그뿐이지만, 만일 당첨이 되면 어떻게 하지? 6개월 이내에 잔금까지 다 치러야 한다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나? 사택으로 쓰고 있는 아파트를 정리하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교회당을 다른 분께 매각을 한다 해도 2억 원 이상이 모자라는데 ……. 게다가 당장 예배를 드릴 곳도 마땅치 않고 건축을 하려면 또 많은 비용이 드는데 …….’

그렇게 끝간 데를 모르며 고민하는데, 하나하나 교회 식구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한 달 내내 스티커를 붙이는 성도, 가족이 간암 진단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성도, 직장을 잃고 힘들어하는 성도들이 눈에 밟혔습니다. 개척교회 50여 명 중에 누구 하나 자리잡고 사는 분이 없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마음 한편에서는 ‘믿음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밝히고 새벽기도까지 마치고 나서야 마음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S집사님은 아침 일찍 은행 문을 열자마자 적금통장을 깨고 돈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집사님, 저 안 하겠습니다.”

“아니, 왜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 같지 않아요. 아무튼 집사님, 교회를 사랑하고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사님이 돌아간 후 저는 혼잣말을 합니다.

‘내가 너무 믿음이 없는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