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교회에 대한 갈등으로 오랜 시간 해매이던 제가 복음이 선포되어지는 강단이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더군다나 그곳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다 라는 것은 틀림없이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증거라며 희희낙락 했었지요. 늘 나 자신을 중심으로 우주는 돌아가는 줄 알았으니까요. 어찌되었건 참으로 큰 기대를 안고 기꺼이 늘푸른 교회 등록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마다 감사했습니다. 열심 끝에 천국 있고 상급 있다 라는 상투적이고 공허하며 성경에는 부재하는 그런 설교를 어려서부터 들어왔는데 더 이상 그런 설교는 듣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의아했습니다. 복음이 오래도록 선포되어진 교회인데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서로에게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는 일들이 타 교회와 다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 때문 이였지요. 복음을 오래 들었다면서 어찌하여 라는 생각, 이것이 말씀에 얄팍하기만 했던 제 딜레마였습니다.

 

 

이젠 몇 년을 늘푸른 교회에 다닌 현재의 제 모습 앞으로 돌아와 봅니다. 복음을 오래 들었다면서 왜 저러지 라며 의아해 했던 그 모든 행위들이 제 안에서는 없어져 가고 있었을까요? 헛 헛 허!! 그 물음 앞에 헛웃음이 나옵니다. 복음으로 점점 성화되어지고 있는 나의 모습을 꿈꾸었던 것이 얼마나 공허한 바램이였는지, 아니 그것이 얼마나 무식한 기대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숨겨진 욕망의 줄기임을 몰랐다는 사실은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누구를 판단하던 저 자신이 훨씬 더 저질스러운 존재라는 자각을 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한 전율에 휩싸이면서 주님을 부를 수 밖에 없어집니다. 그리고 판단했던 분들에게 다가가 나의 사악함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은혜로운 시간은 아주 잠깐입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도 정직한 정신이라면 위대한 잠재력을 자기 속에 갖고 있다고 믿는 인본주의적 요소와 성화론은 아주 오래 지긋지긋하도록 저에게서 떠나가질 않아서 수시로 저는 가면을 갈아 끼우며 살아갑니다.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갈아 끼우며 사는지 깜깜한 곳에서도 곧잘 갈아 끼우는 그 기술에 스스로 탄복할 때가 많습니다.

 

확신하건데 또다시 십자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되면 이 저질스럽고 추악한 본성을 가면으로 가린채 타인을 향해 손가락질을 마구 해 댈 지도 모르지요...암요..충분히 저는 그럴 겁니다. 열두 마리 돼지가 자신은 수에 넣지 않고 자꾸만 열한마리가 되도록 세는 돼지. 말씀이 끌지 아니하시면 곧바로 돼지가 되는 자가 바로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확인 받았던 시간들이 그간 늘푸른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지요.

 

 

 

가끔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시며 고백하시던 기억들이 납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자가 바로 저 자신입니다..라는 고백을 하셨지요. 말씀을 선포하시면서 굳이 저런 고백을 하시다니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든 인간의 존재가 하나님의 긍휼이 아니면 멸망 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사실 앞에서는 목사이든 일반교인이든 동일 할 텐데 교인들은 굳이 목사님을 향하여서는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마치 목사님은 하나님의 긍휼이 아니여도 살아 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교인들의 유세쯤으로 여겨 주십시오. 어찌되었건 그런 사실을 목사님도 잘 아실 텐데 굳이 저런 고백들을 하시다니 바보 같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참 자유롭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바보 같은 자유인! 바보 같다는 표현이 좀 거슬리긴 합니다만 자유하시니 이해도 해 주시겠지요?

 

그러니 목사님.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교인들에게서 기대치 않았던 일들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얼마 전 이 교회를 떠나겠다는 분의 글을 읽고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 난 왜 그동안 그분들을 살펴 드리지 못했을까. 함께 복음으로 격려하고 위로하고 기뻐하는 시간을 왜 못 가졌을까. 잘못한 게 너무 많다는 사실들이 제 속으로 넘쳐왔습니다. 그리하여 하루종일 떠나가신 그분들을 향해 중얼거렸습니다. 가지 마세요. 기다려 주세요. 저를 용서하세요. 아니 용서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번개처럼 그분의 말씀이 떠 올랐습니다.

 

내가 다 이루었다. 다 이루신 그분이 살아계셨습니다. 그분이 살아계시니 무슨 상관 있겠습니까. 떠난다고 그것이 다시 못 볼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고 여기 남아 있다 해도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을 수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내게로 와서 쉬어라 하시는 그 말씀의 의미가 선명하게 제 안으로 침투해 들어오기를 기도합니다. 저의 무지와 불신이 말씀 앞에 바로 세워지길 간절히 원할 따름입니다.

 

늘푸른교회가 정답이 아니라 오직 말씀만이 정답이셨습니다. 몇 년차 늘푸른교회를 다닌 저의 소감문이였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신 보답으로 돈까스 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