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박혜란 목사의 목사의 딸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하나님의 종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슬픈 가족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많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박혜란은 박윤선 목사와 김애련 사모 사이의 33녀 중 둘째 딸입니다. 김애련 사모는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박윤선 목사는 재혼하여 2명의 아들을 더 낳습니다.

 

박윤선 목사는 한국 교계의 기둥 같은 분으로 1979년경에 세계 최초로 신구약 주석을 집필하였고, 고신대, 총신대, 합신대의 교수로 지내면서 신학교의 기틀을 마련하신 분입니다.

 

책의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딸의 입장에서 본 박윤선 목사는 율법주의적이고, 영육이원론적 신앙관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 생활도 그렇게 하였다고 합니다. 외부적으로는 존경받고 겸손한 분이지만 가정적으로는 전혀 가족을 돌보지 않았고,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하였다고 합니다.

 

박혜란은 아버지 박윤선의 치부를 여러 가지 이야기하는데, 그 중 박혜란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상습적으로 폭행하였다는 언급을 스쳐가듯 합니다. 그리고 막내 동생이 죽었을 때나 어머니가 사망하였을 때 아버지가 보인 태도 등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잊혀질 수 없는 상처로 남았고, 자녀들의 삶은 엉망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혜란은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마자 아버지는 자녀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당시 신학생이던 계모를 데려와서 새어머니로 모시라 하였고, 그후 계모는 온갖 박해를 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계모가 자신들을 육신의 자녀로 매도한 것은 견딜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하였습니다.

 

박혜란은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새로운 공기를 숨쉬며 아버지의 신앙관을 반성해보면서 새로운 신학적 사고를 하게 되고, 결국 자신도 신학교에 입학하여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됩니다.

 

가족들에게 상처만 준 목사를 아버지로 둔 딸이 결국 목사가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책을 보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난 박혜란은 여러 가지 면에서 자유한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많은 논란이 되었습니다. 박윤선 목사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옹호하는 사람들이 생겼는데, 옹호하는 사람의 대표는 합신대 이승구 교수와 박영선 목사입니다. 사실 합신대 측에서는 박윤선의 신학을 근간으로 해서 신학교가 설립되었고, 박윤선 목사의 주석 및 책들을 출판하고 있기 때문에 옹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도 되지만 이들 역시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뉴스앤조이 기사에 보면, 이승구 교수는 박윤선 목사는 평소에 인간의 죄성을 강조하고 어딜 가나 자신은 죄인이라고 고백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박혜란이 편향된 시각으로 박윤선 목사를 평가하다보니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에 내용이 왜곡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죄인이라고 고백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을 읽다가 안타까운 부분은 결국 박윤선 목사는 말년에도 자녀들과 화해를 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수많은 목사의 딸들, 혹은 아들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아버지의 신앙관 이나 교회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을 것입니다. 목사는 교회의 지도자이기도 하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입니다. 교회를 위한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목사의 딸로서 겪은 박혜란의 가족적인 아픔과는 다른 상처를 받는 목사의 딸들, 아들들이 있습니다. 한국 대형교회 등에서 거짓 복음을 전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목사들의 자녀들의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자녀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쏟아지는 비판을 함께 받아야 하거나 아버지를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도 없이 속으로만 감내하여야 할 그들의 마음이란...

 

아무쪼록 이 땅의 목사의 아들딸들에게 진정한 예수님의 위로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