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창조 당시 아담의 사명

 

최근 세계 신학계의 핫이슈는 ‘아담’입니다. 주로 아담의 실제 여부에 대해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이를 반영하듯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아담의 창조’, ‘아담의 진화’라는 책이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아담의 실존을 전제로 해서 좀 더 신학적인 부분을 새로운 관점에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26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27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28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1:26~28)

 

창세기 1장 26~28절에는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때 첫 사람 아담이 부여받은 사명이 나오는데, “(1) 생육하고 번성하라. (2) 땅에 충만하라. (3) 땅을 정복하라. (4) 온 땅의 생물들을 다스리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온 땅의 생물들을 다스리는 것과 땅을 정복하는 것은 아담의 왕권에 대한 표현이고, 위 사명들은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고대 근동을 배경으로 하는데, 고대 근동의 왕들이 신의 형상으로 간주된 것은 신이 왕을 통해 자신의 임재를 나타내고 정복하고 다스린다는 개념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또한, 고대 근동의 왕들이 영토 곳곳에 자기들의 형상을 세워 놓은 것은 이 형상이 그 지역에 대한 왕의 주권적 임재와 통치를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담은 땅에 대한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것에는 하나님의 속성들, 예를 들면 이성적이고, 감성적이고, 의지적인 부분들이 반영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1~3장에는 아담이 하나님의 명령을 신실하게 순종했더라면 죄를 범하기 전에 가졌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사명을 경험하였을 것이라는 암시가 나타나 있습니다.

 

15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 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 16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이르시되 동산 각종 나무의 열매는 네가 임의로 먹되 17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2:15~17)

 

창세기 2장 15절에는 아담의 또 다른 사명이 나옵니다. 아담은 에덴 동산에서 놀고 지낸 것이 아니라 동산을 경작하며, 지켜야 하였습니다. 여기서 ‘경작하다’, ‘지키다’ 라는 히브리 단어는 통상적으로 ‘섬기다’와 ‘보호하다/순종하다’로 번역이 되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섬기고 보호하는/순종하는 것을 가리키거나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부정한 것들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성전을 보호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또한, 에덴 동산이 하나님의 첫 성소임을 감안할 때 아담이 동산을 경작하며, 지켜야 하는 사명은 아담의 제사장으로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사장-왕으로서 부정한 것들이 성소인 에덴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사명을 가진 아담은 하와가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인용하는 것과 뱀이 간교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악용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했습니다. 여기서 훗날 이스라엘 성전의 제사장들이 성전 경내에 들어간 부정한 짐승이나 사람을 죽여야 하는 감시인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담도 이스라엘 성전의 제사장들과 똑같이 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아담의 왕적 지위와 관련하여, 창세기 1장 26절은 아담이 에덴에 있는 동물들을 ‘다스릴’ 뿐만 아니라 ‘온 땅을’ 다스리도록 되어 있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1장 28절은 아담이 모든 ‘땅’을 정복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에덴 동산의 경계 안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목표였습니다. 아담은 일단 뱀을 정복함으로써 성스러운 동산에서 다스림을 시작하고, 이어서 동산 밖으로 나가 자신의 통치가 ‘온 땅’에 미칠 때까지 다스림을 계속함으로써 목표를 성취하여야 했습니다. 이것은 언젠가 아담이 세계 통치의 목표를 성취하게 되는 결정적인 때가 있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담은 부정한 뱀을 심판하지 못하였고, 오히려 뱀에게 속아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악의 영향력은 점점 확대되었고, 아담의 사명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새로운 아담을 기다려야 하였습니다.

 

요약하면, 아담은 제사장-왕으로서 에덴 동산을 섬기고, 보호하여야 하며 동물들 및 온 땅을 다스리고 정복하여야 할 사명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첫 성소인 에덴 동산에 침입한 부정한 뱀을 심판하지 못하였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