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탄압 불굴의 순교자·민족운동가 주기철 목사…성탄특집 다큐 ‘일사각오 주기철’ 방영
안정환의 기사 더보기▼  | 기사승인 [2015-12-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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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무렵 주기철 목사와 아들 주광조의 모습. /사진=KBS 제공

아시아투데이 안정환 기자 =  “칼날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내가 그 칼날을 향해서 나아가리다. 누가 능히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오. 나에게는 오직 ‘일사 각오’일 뿐이니라.”


일제 총칼의 잔인한 탄압 속에서도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을 펼치다 순교한 주기철(1897∼1944) 목사의 일대기가 오는 성탄절에 방영된다.
 
KBS1 TV는 오는 25일 오후 10시 성탄 특집 다큐멘터리 ‘일사각오(一死覺悟) 주기철’(연출 권혁만 KBS PD)을 방송한다고 20일 밝혔다.  


주기철 목사는 일제의 식민정책에 반대하고 싸웠던 민족운동가였으며, 신사참배(神社參拜)를 반대한 한국 교회의 상징적 존재이다. 한국 교회가 신사참배의 폭풍 아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신사참배를 단호히 거부한 불굴의 목회자였다.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했던 1930년대에 황국신민화 정책을 내세운 일본은 천황이 사는 곳을 향해 절하는 궁성요배와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우리 민족을 정신적·종교적으로 일본 국민으로 만들기 위한 강압 정책이었다. 1939년 마침내 조선예수교장로회는 신사참배를 결의하기에 이른다. 한국 교회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과 치욕의 역사를 남긴 순간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신념을 버리고 침략자의 거대한 권력 앞에 무릎을 꿇던 시대에, 홀로 저항의 길을 걸어간 이가 있었다. 시대의 골리앗과 맞선 주기철 목사. 그는 일사각오 십자가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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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주기철 목사. /사진=KBS 제공

주기철 목사의 4남 주광조(1932∼2011) 장로는 생전에서 “왜 아버님은 그렇게 어려운 가시밭길을 외롭게 걸어가야만 했던 것일까. 내 젊은 시절엔 이 질문과 이로 인한 방황이 계속됐다”고 회고했다. 주광조 장로는 ‘아버지 주기철 목사’가 순교하던 해 열세살 소년이었다.


주기철은 순교자이기 전에 독립운동가였다. 남강 이승훈이 세운 오산학교에서 청년 주기철은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받는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던 때 고향에서 적극적으로 만세운동에 참여했으며, 조만식 교장을 따라 전국을 순회하며 물산장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민족정신은 그가 평양신학교로 진학하면서 신사참배 저항으로 발전하게 된다.


주 목사는 1935년 12월 평양신학교 신학생 부흥회에서 “예수님을 버리고 사는 길은 죽는 길이요, 예수님을 따라 죽는 길은 사는 길이다. 첫째, 예수님을 위해 일사각오하자. 둘째는 남을 위하여 일사각오하자. 기독교 신앙은 자기를 희생해 남을 구원하는 것이다. 셋째, 부활 진리를 위하여 일사각오 해야 한다. 피로써 전해진 부활의 복음을 우리 또한 피로써 지키고 피로써 전해야 한다”는 ‘일사각오(一死覺悟)’라는 제목으로 순교를 각오하고 설교를 했다.


주기철은 신앙 양심에 따라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싸웠다. 신사참배 반대운동은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군국주의적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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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 /사진=KBS 제공

주기철 목사의 신앙은 일본 내 신앙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권혁만 KBS PD는 “과거 독립운동가로서 주기철 목사의 면모뿐 아니라 현재 일본 교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살아있는 신앙인의 측면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권 PD는 “일본에는 주 목사의 삶과 신앙을 연구하는 모임이 매월 한 차례 15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며 “주 목사의 신앙을 배운 뒤 성도들에게 ‘한국에 사죄하자’고 한 일본인 목사 스미요시를 촬영 중 만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기영 성대기독학생회 지도목사(수원 포도나무교회 담임목사)는 “주기철 목사님은 일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가시밭길 속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신 어두운 시대의 별이셨고, 우리 민족과 한국 기독교의 자부심이며 우리 시대의 등불이다”고 전했다.


주기철목사기념사업회의 후원과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 등 기독교계가 연합해 6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했다.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목회자 주기철 목사. 광복 70년인 오늘날, 주기철 목사가 흘린 피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신념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한국교회에 귀한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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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 /사진=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