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식당에서 계산할 때 점심은 15%, 저녁은 20% 정도 팁을 놓고 나오는 것이 에티켓이다. 서빙하느라 애써 준  종업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그런데 영 마음에 안 들면 보란듯이 1센트짜리를 엎어놓고 나오기도 한다.

아 이오와주(州)에 사는 스티븐 슐츠 부부는 얼마 전 결혼 6주년 기념 외식을 하러 한 레스토랑에 갔다. 그리고 식사비를 계산하면서 100달러의 팁을 두고 나왔다. 음식값의 150%가 넘는 팁이었다. 웨이터가 결혼기념일 분위기를 한껏 띄워 준 때문이 아니었다.

물 좀 달라고 했더니 20분 후에야 가져왔다. 전채(前菜) 요리는 40분 후에나 가져다 줬다. 주 요리는 1시간도 더 지나서 놓고 갔다.

 

부부의 테이블만 그런 게 아니었다. 손님들 모두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욕을 하며 레스토랑을 비웃어댔다. 어떤 손님은 불만에 차 나가 버렸고, 자리가 나기 기다리며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다른 데 가라고 말하고 가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슐츠씨 부부는 형편없는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참아냈다. 웨이터가 못되게 굴어 그런 게 아니라 일손이 모자라 그런 걸 알게 됐다. 웨이터 1명이 홀로 12개 테이블 손님들 시중을 들고 있었다.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서빙을 하는데, 혼자 감당하기에는 턱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 웨이터는 어느 테이블에서도 짜증 난 듯 행동하지 않았다. 연신 "기다리시게 해 죄송하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부부는 영수증 귀퉁이에 메모 하나를 남겼다. "우리도 당신 입장이었던 적이 있었답니다."

그 랬다. 부부는 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부부는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팁을 100달러나 줬다고 칭찬 받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그의 모든 입장을 생각해보자고 상기시키는 사연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누 군가의 입장이 되어보다'를 영어권에서는 '누군가의 신발을 신어본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가보지 않고는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다른 사람 신발을 신어봐서 당신 발이 아프면 그 사람 발은 진작부터 아팠다는 역지사지라는 우리 사자성어와 같다. 나만 생각지 말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준다면 부드럽게 많은 숙제가 풀려나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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