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ate3.jpg

 

이 그림은 니콜라이 게의 <무엇이 진리인가?>라는 작품입니다.

 

 

<무엇이 진리인가?>는 대위법적인 화면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로마의 유대 총독 빌라도와 예수. 전자는 등을 보이고 있고 후자는 앞을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은 빛을 받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그림자에 싸여 있다. 빌라도는 자유로운 권력자의 제스처를 하고 있는 반면 예수는 손이 뒤로 결박된 상태다. 빌라도의 몸집은 다소 뚱뚱한 편이나 예수는 바짝 말랐다. 두 사람의 이런 대조는 화면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만들 뿐 아니라 관객이 예수가 처한 상황 속으로 급격히 빨려들게 한다.

 

그림 속 빌라도는 어둠 속의 예수를 바라보면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대체 네가 말하는 진리란 무엇이냐?”

 

그림 속 빌라도는 예수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본다. 그는 예수를 그저 보잘 것 없는 정신병자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이 그림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가 예수를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수가 그럴 만한 가치조차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묵묵히 빌라도를 바라보는 예수의 눈빛에서 우리는 그가 어떤 말도 할 의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게의 예수는 결코 패자가 아니다. 저 높고 화려하고 웅장한 교회를 비롯하여 세상의 영광과 권위로 충만한 모든 제도와 기득권자들이 승리자가 아닌 것처럼 가난하고 누추하다고 세상에서 멸시를 받고 있다고 예수가 패자인 것은 아니다. 그의 침묵은 굴종이 아니며, 그의 슬픔은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토록 지독한 고통을 진리와 양심을 위해 스스로 감내했기에 게의 예수는 진정한 승리자인 것이다.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