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유다는 교회간다'는 블로그의 주인장 이숙경 작가의 글입니다. 주인장의 허락을 받아서 올립니다)


오늘 아침, 교회에 가기 위하여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식사를 차려드렸더니만

약간의 짜증이 배인 투로 툴툴거린다. 이 즐거운 주일 아침에!

짜증내지 마요. 아무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했더니 남편님, 더 짜증을 내신다.

이거이 시험이닷, 이겨야한닷, 이렇게 마음 먹고  꾸욱 참았다.

더는 말하지 않고 얌전히 식사하고 커피 끓여 드리고 꽃단장하다가 흘낏 남편을 보니...

남편의 교회가는 옷차림이....

세상에...

십년이 훨씬 넘어 목이 장난아니게 늘어난 라운드 나이키 티셔츠(서랍에서 꺼낸 그대로 주름이 줄줄이 잡혀있는)에 청바지를 입고 계시다.

이전부터 교회갈 때 옷차림을 뭐라고 하면(내가 아무리 이쁜 목소리로 말해도) 그 자리에서 펄펄 뛰면서

교회를 안간다는 둥, 장난 아닌 리액션이 있었기에

나는 생각했다.

냅둬라.. 저런 모습으로 교회간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고... 다만 매우 내가 창피스러운 지경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니, 마누라가 뭐하느라고 남편 옷도 제대로 안챙겨줘서 구겨진 라운드 반팔 티를 입고 왔나....하는 눈초리를 받을 것은 분명하지만. 그럼 뭐 어때. 

만약 남편에게 옷 좀 갈아입으라고 말했다가 또 교회 가느니 안가느니 하는 것보다야 구겨진 라운드 티(속에 내복셔츠가 자꾸 드러날 정로도 목덜미가 늘어진)를 입고서라도 같이 예배드리는 게 낫겠징...

 

아, 나, 정말 착해졌엉...

 

남편의 행색이 그러하길래 나도 옆에서 컨셉을 밎추려고 한번도 안입고 간 청색 롱 티에 머플러만 매고 집을 나섰다. 세상에 저런 옷차림으로 교회를 간단 말이지...기가 막혔지만 꾹 참고...

그런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로 자신의 행색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된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이거...아무래도 교회 갈 차림은 아니네...난닝구도 죄다 보이고..목이 이렇게 늘어진 티셔츠는 집에서도 안입겠다!. 아무래도 다시 올라가 옷을 갈아입어야겠어."

 

할렐루야.

 

내가 말했다.

"교회갈 옷차림은 절대 아니지만, 이전부터 당신이 펄펄 뛰니까 가만 있었지. 교회 안간다고 할까봐."

가뜩이나 늦었는데 다시 집에 들어가 양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는 남편....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 요상스런 남편의 옷차림에도 군말 한 마디 안하고 꾹 참고 있었더니 하나님께서 남편의 마음을 움직여 주셔서 저는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 스스로 옷을 갈아입게 하셨군요!!

앞으로도 절대 입방정 떨지 않고 남편이 뭐 이상한 짓을 하던 얌전히 가만히 조용히 고요히 있을께요!!

 

그렇게 해서 오늘도 알게 되었넹

하나님은 나를 변화시키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는 속으로라도 쯧쯧 혀를 차지 않겠어요^^;;



이숙경 작가의 책 표지 제가 붙여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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