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 ”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눈먼 싸움에서
우리를 건져주소서.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밤 11시 25분발 창원행 심야버스를 타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본 시입니다.

구상 시인의 시집을 한권 밖에 사 보지 못하였는데 이 시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저들도 이들도 그 하는 바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위에서의 기도이지요!

두 이레가 되면 태어난 강아지가 눈을 뜨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 강아지가 보는 것은 다 새로운 것이겠지요!

그 만큼만의 눈이라도 열어지기를,

잠시라도 하늘이 열려지기를!)

 

 

이 시가 수록된 시집 이름이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 입니다. 이 제목의 시가 아래의 시입니다.

 

 

이제사 비로소

두 이레 강아지만큼

은총에 눈을 든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만상이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나고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야 하늘이 새와 꽃만을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써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기는

매한가지지만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스럽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팔십 평생을 산 사람의 고백이 두 이레 강아지만큼 눈을 뜨게 하여 달라고 하고서는

,,,,, 그 결과는 '은총'을 알았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