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천지에 대한 오마이 뉴스 기획기사를 올립니다. 네편의 글이라서 좀 길지만 부모님과 청소년 자녀들은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 하단에 무단 전제를 금한다고 해서 오마뉴스 편집실에 전화하니 상업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해서 허락 받고 올립니다.)


"나는 거짓말에 중독됐다, 신천지가 콜센터 취업 제안"

[신천지와 20대 ① - 중독] 새내기 대학생은 어떻게 신천지에 빠졌나
20.03.26 13:06l최종 업데이트 20.03.27 17:31l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을 만났다.[편집자말]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스무 살이었다. 인천 집과 강북의 학교를 오갔다. 통학에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자취를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반대했다. 전공도 맞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소소한 갈등이었다. 바로 그 지점을 신천지가 파고 들었다.
 
지난 16일 만난 김서연(26, 여, 가명)씨가 설명한 6년 전 본인의 상황이다. 인천행 직행 버스를 타기 위한 중간지점, 홍대 앞 길 한복판에서 낯선 이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본인을 중앙대학교에 다니는 뮤지컬 창작 동아리원이라 소개한 그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시나리오 연구를 위해 여러 사례가 필요하다며 본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언니랑 엄청 친해졌어요. 정말 깊게 대화를 나눴으니까요... 그러다 언니가 지인을 소개해줬어요. 그 사람이 교리 공부를 가르치는 다음 단계 사람이었어요. 말씀 공부 시작하니까 언니 얼굴을 안 보여주더라고요. 되게 그립게 만들어요. 제가 전도 나가기 시작한 뒤에야 볼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이 사실은 신천지인이었어' 하면 기분 나쁠 테니까, 입교한 후에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1년 8개월 동안 신천지 교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보자"며 의지를 다졌던 스무 살 서연씨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변화
 
 대구시가 12일 오전 10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와 '다대오 지파장'을 비롯한 주요 신천지 간부 사택 4개소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앞 모습.
 대구시가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와 "다대오 지파장"을 비롯한 주요 신천지 간부 사택 4개소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앞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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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 시간표는 아예 오전으로 몰았다. 아니면 이틀 동안 모든 수업을 들었다. 전도를 위한 낮 시간을 비워두기 위함이었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믿음이 부족한 애"라고 낙인 찍힌다고 했다. 얼마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콜센터 직원 중 일부가 신천지 교인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난 것에 대해 서연씨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신천지에서 콜센터를 권장해요. 바로 위 사명자(조직에서 동아리 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가 '누구는 콜센터 해서 전도가 늘었다고 하던데 너도 마음이 어려우면 그거 해봐'라는 식이죠. 콜센터는 일단 취직하기 쉽고요. 포교 활동 할 때도 길거리에서 설문조사 등을 미끼로 번호를 딴 후에 전화를 하거든요. 그런데 상대는 대개 만남이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걸 거부하죠. 계속 거절 당하면 멘탈이 갈려요. 그럼 전도 목표치가 떨어지니까, (전화 응대하는) 콜센터 일이 전도에 도움 된다고 보는 거죠."

콜센터 취업은 거절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책이라고 했다. 신천지 활동을 위해 학교 수업을 조정하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만큼, 일상을 신천지에 갈아 넣게 된다고 했다. 서연씨는 "세상은 허망하다는 식으로 교육이 돼서 삶의 가치관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2020.3.11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2020.3.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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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서는 '영혼을 위한 투자'라고 영(영혼)과 육(육신)을 구분하는 수업을 받아요. 그게 첫 번째 교육이에요. 영을 선택하고 육을 포기하게 만들죠. 죽지 않을 만큼 먹고 나머지 돈을 전도하는 데 쓰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돼요. 노는 데 돈을 쓰면 비웃음거리가 되죠.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없어져요. 콜센터 취직해서 평생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죽을 때까지."

신천지는 말 그대로 "새 나라, 자기들끼리의 나라를 만든다"고 했다. 서연씨에 따르면, 신천지가 생긴 날을 기점으로 '신천기(신천지에서 쓰는 연호)'를 센다. 시험에 통과하고 1명을 전도하면 '입교'할 수 있고, 신천지 '민증'이 나온다고 했다. 또 "세상의 축소판처럼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서연씨는 "신천지 들어오기 전에 연극에 관심이 있던 친구는 신천지 극단에서 활동하고 노래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따로 모여 활동을 한다, 아나운서도 따로 뽑는다"라며 "창립기념일에 문화부 대표를 하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그게 그 안에서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포교에 중독됐었다"고 말한다.

"포교하고 싶은 대상에게 내 모든 걸 맞춰요. 이 사람이 됐다가 저 사람이 되죠. 그 과정에서 거짓말에 중독돼요. 내가 망가지는 것도 인지를 못해요. 배도 안 고파요. 마약 같아요. 저도 거기 있을 때 10kg이 빠졌어요. 그런데 전혀 몰랐어요. 4~5년 신천지에 있던 언니 오빠들 보면 병이 많이 생겨요. 결석이 엄청 많이 생긴다든가 인대가 아예 파열 된다든가. 20대에 걸릴 수 없는 병에 걸려요. 잠도 못자고 의식주 자체를 거의 못하니까요."

신천지가 위험한 이유 "끊임없이 발전한다"
 

왜 신천지에 빠진 20대가 많을까? 서연씨는 포교 과정에서 그 답을 느꼈다고 했다.

"목표치로는 하루에 20명 이상 번호를 따야 해요. 그러려면 말을 60번 걸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이 돌아오고 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데, 20대 청년들은 뭔가 목마름이 있어요. '다른 거'에 대한. '의미 있게 살고 싶다,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목마름이요. (그것만 건드리면 되니) 신천지 입장에서는 가장 전도하기 쉽죠. 20대들은 취업·진로·친구관계·교제 등 문제가 집약돼 있죠. 그런 부분을 '해결해줄게' 하는 사람을 밀어내기 쉽지 않고요. 그런 고민들을 가족과 먼저 의논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없는 것 같아요."

20대의 목마름을 신천지가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천지에는 들어감과 동시에 멘토가 생긴다고 했다. 자신을 전도한 사람이 멘토다. 입교를 위한 교육을 받으며 사명자라 불리는 상사 개념의 멘토가 생기기도 한다. 멘토를 자처한 이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의 고민 해결사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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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들은 '내가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신천지는 그런 걸 부채질하죠. '너는 충분히 똑똑해' 이러면서 동시에 가족에 대한 원망을 심어줘요. '진짜 말 통하는 사람이 너희 가족 중에 있어?'라고. 그럼 대부분 없다고 하죠. '살면서 진짜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죽을 때까지 한 명만 만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아?' 이 질문에 동의하게끔 6개월을 지나는 거죠. 그럼 그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신천지에서 수업을 듣는데 강사가 들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정보를 다 받아요. 무슨 문제가 있고 그런 거요. 걔 인생을 아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이 강사와 눈만 마주쳐도 위로를 받는 거예요. 거의 신이 되죠. 내 마음을 알아주니까. 이 사람이 '너는 이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마르지 않는 물이 네 앞에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죠. 너무 기쁘죠."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 명리학을 배우는 과정도 있다고 했다. 서연씨는 "제가 있던 교회에서는 명리학 교수를 초청해서 사주팔자를 배웠다, 다른 교회에서는 심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라며 "신천지가 다른 사이비에 비해 더 위험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1년 8개월만의 탈퇴... 기다려준 부모님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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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서연씨가 1년 8개월 만에 어떻게 신천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이 '신천지? 미쳤냐'라고 반응하면 '엄마·아빠는 사단이다, 악마다'라고 느끼게끔 신천지가 만들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신천지가 얘기했던 반응과 달랐고, 기다려주셨어요. (결국) 부모님을 믿게 됐죠."


신천지를 탈퇴하면서 1년을 휴학했다. 신천지였던 게 소문이 날까봐 학교를 못갔다고 했다. 복학 했을 때도 신천지가 학교에 찾아올까봐 쥐 죽은 듯이 학교 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서연씨는 8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서연씨는 "제가 전도했던 친구들이 다 (신천지에서) 나왔다는 거, 그게 다행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도를 하면서도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이 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물어볼 사람, 의논할 사람 한 명이 없다는 게 문제인 거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말을 들어줬을 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내가 해준 것도 없고 그냥 조금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줬을 뿐인데 저한테 끌려오는 걸 보니까... 이렇게까지 대화할 사람이 없었나 싶더라고요. 근데 탈퇴하고 보니 저도 그런 사람이었어요."
  
서연씨는 코로나19사태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만희 총회장 기자회견 후에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창피해서. 내가 이딴 사람한테 빠졌다니... 일부 뉴스에서 신천지를 '예수교'라고 칭하더라고요. 이러면 신천지만 좋아하죠. 일반 교회 사람들한테는 상처예요. 신천지는 종교냐 아니냐를 따져야 돼요. 신천지가 종교일까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신천지 안에서는 모두 인정받는다"

[신천지와 20대 ② - 위로] 그들이 '자기 효능감'에 빠지는 이유

20.03.27 07:29l최종 업데이트 20.03.27 21:50l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을 만났다.[편집자말]
서른을 코앞에 둔 서정현(29, 여, 가명)씨는 20대의 1/4을 신천지에서 활동했다.

영어를 잘해서 국제부에 들어갔다고 한다. 해외 인사들을 섭외하는 등 활동에 주력했다. 정현씨는 "국제부가 워낙 바쁘고, 일하는데 시차도 있고 하니까 전도 일은 빼줬다"고 했다.

대신 급여도 없고 식사 제공도 없었다고 한다. 부모님이 준 용돈을 받았고 급할 땐 다이어리 만들고 포장하는 등의 1일 알바를 하며 생활을 이어갔다.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그를 버티게 한 건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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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에 저녁에 주로 신천지 일을 했어요. 새벽 3시쯤 자고 그랬죠. 그 땐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목표가 있으니 아프지도 않았죠."


정현씨는 "신천지는 다른 신도들이 국제부를 부러워하게 만든다"라며 "만국회의(신천지 내 핵심 행사)를 위해 해외 인사를 섭외하고 통역 의전을 하면서 일반 성도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내가 하는 일을 꿈꾸게 됐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독 국제부 안에서 '회심자(신천지 탈퇴)'가 없다고 했다.

"국제부 자체를 너무 좋아하게끔 만들어 버려서 거기서 못 나와요. 국제부에 소속되면 엄청나게 프라이드(자부심)를 느끼게 되거든요." 
 
 2016년, 신천지 만국회의 행사 모습
 2016년, 신천지 만국회의 행사 모습
ⓒ 서정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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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전 CBS대기자(현 YTN앵커)가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20대가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 짚었던 '자기 효능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당시 변 대기자는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자기 효능감을 느꼈던 짜릿한 기억 때문에 신천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기 효능감과 인정 욕구

지난 19일 만난 정현씨의 말도 궤를 같이 한다.

"다른 데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것들을 신천지에서는 인정받아요. 여기는 지파(신천지가 전국을 12개로 나누어 운영하는 조직명)별로 필요한 사람이 다 있어요. 예쁘거나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이 사람을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 주는 거예요. 신천지 안에서는 다 인정받는 거죠."
 

앞서 변 대기자는 "실패를 겪은 상태에서 '낙오자다', '분발해라' 등의 소리를 들은 청년들은 대개 자존감이 크게 떨어져있다, 신천지는 이런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든다"라며 "당신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허황된 희망의 메시지도 건넨다"라고 짚었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는 청년들이 신천지 안에서 인정받음으로써 '위로' 받고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도하기 위해 진짜 연극팀을 만들거나 심리 상담소를 만들기도 해요. 그럼 본인들이 어떻게든 전도에 도움 되기 위해 자기 능력을 진짜 다 쏟아 부어요. 그럼으로써 인정받으니까요. '하나님의 제사장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게 만들죠."


물론 그 안에서도 경쟁은 있다. 외모가 빼어날 경우 아나운서를 시키는 등의 선별적 대우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순응하게 된다고 했다. 본인의 쓸모를 찾았기 때문이다.

정현씨는 "사회와 같은 서열 계급이 그 안에도 있고 더 심하지만, 거기에 순응하게 만든다"라며 "어차피 사회에 나가도 신천지보다 (인정받는 위치가) 낮을 걸 아니까, 그냥 이 안에서 순응하며 살게 만든다"라고 했다.

신천지가 조직적으로 신도를 관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정현씨는 신도를 24시간 신천지 영향력 아래 두면서 "반복적으로 딴 생각을 할 수 없게끔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났는지, 일어나서 묵상했는지, 오전·오후 나눠서 전도 대상한테 연락했는지 등 모든 스케쥴을 하나하나 윗사람한테 보고하게 돼있다"라며 "아예 자기 생활이 없게 된다"라고 전했다. 
 
 신천지 주최 10만 수료식 장면.
 신천지 주최 10만 수료식 장면.
ⓒ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유튜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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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신천지는 왜 20대 청년들을 필요로 할까?

"청년들은 열정 하나만 있으면 다 하잖아요. 청년들한테 전도 많이 해야 한다고 엄청 닦달 하거든요. 일꾼이 필요한 거죠. 돈을 안 주고 일을 시켜도 '너희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을 하는 거'라고 합리화가 되고요. 더군다나 헌금도 해야 하고 청년회비도 내야 하고 전국체전 한다고 하면 체육 회비도 내야하고... 그런데 이걸 당연시 하고 본인이 아이디어 내면서 열심히 하는데 신천지가 마다할 이유가 없죠."

"신천지에서 나온 청년들이 돌아갈 곳을"

신천지에서 탈퇴한 정현씨가 생활의 안정을 찾는데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도움도 있었다.

정현씨는 2017년 1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취직을 준비했다고 한다. 집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이력서를 뿌렸다. "신천지 활동에 불편함 없는 곳"을 택했다. 그 때 취업한 곳이 지금 다니는 회사다. 20명 직원 규모의 해외 수출 마케팅 업체였다. 당시 정현씨가 이 곳에서 일했던 기간은 3개월 남짓, 신천지 활동을 알아챈 부모님이 회사를 그만두게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외부와의 접촉도 끊은 상태였다.

"부모님이 이 회사가 신천지 관련 회사라 오해를 하셨던 거예요. 사정을 말하고 그만뒀어야 했는데 하루아침에 제가 없어진 거죠. 회사에서 저를 많이 찾았대요. 신천지에서 제 친구인 척 하고 회사를 찾아오기도 했다더라고요. 2017년 12월쯤, 제가 메신저 프로필 바꾸고 하니 그걸 보고 회사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대표님이 묻지도 않고 받아주셨어요. 제 사수였던 과장님은 제가 신천지였던 걸 알고 계셨더라고요. 과장님 친구가 신천지 경험을 했었나 봐요. 회사에 참 고맙죠."

회사로 돌아와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 보니 일상이 차츰 회복됐다고 한다. 정현씨는 "회사에서 찾아주고 나를 필요로 하는 데가 있다는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저는 어느 정도 대학 생활도 했고 교우 관계도 있던 상태에서 신천지에 들어갔는데, 다른 신천지 동기들은 20살·21살에 들어와서 대학 동기도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신천지를 나와서도 갈피를 못 잡아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게 그 안에 있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요. 제가 있을 때보다 신도가 엄청 늘었더라고요. (코로나19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계속 의심해보고 두렵더라도 이단 상담소에서 상담도 받고... 하루 빨리 거기에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신천지에서 나온 청년들이 돌아갈 곳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신천지에, 세상에 상처를 받아 갈 곳 없는 사람이 되지 않게, 그들이 세상을 좀 받아들일 수 있게..."




"신천지도 반드시 텔레그램을 쓴다"

[신천지와 20대 - ③ 그물] 그들의 당부 "절대로 개인 정보 넘기지 말라"

20.03.30 14:20l최종 업데이트 20.03.30 14:30l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을 만났다.[편집자말]
천준호(29, 남, 가명)씨는 평생을 무교로 살았다. 그러다 신천지에 빠진 친한 친구에게 전도 당했다고 한다. 고등학교·대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였다. 원래 기독교를 믿었던 그 친구 역시 학교 동창의 전도로 신천지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그 친구가 굉장히 오랫동안 제게 전도를 시도 했어요. 그래 한 번 들어는 볼게, 그렇게 된 거죠. (입교를 위해 시험을 치는 등) 진입장벽이 높다는 게 저에게는 혹하는 포인트였어요. 아, 배워야 갈 수 있네, 체계가 있구나 싶었죠. 예배시간에 가서 졸다 오고 이런 것과 정반대라 오히려 끌렸어요."    

2017년 여름, 신천지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스물 여섯이었다. 스물 일곱이 되고 그는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를 다닌 것은 1년 남짓, 신천지가 퇴사를 권했다고 했다.

"신천지에서 절 키우려고 퇴사를 권했던 거 같아요. 그 때 팀에 있던 친구들 모두 퇴사하고 기동대처럼 활동했죠. '오픈된' 사람(신천지인임이 주변에 알려진 경우를 의미)이 약해지지 않게 정신적으로 교육하는 일 등을 했어요.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그 땐 직업, 이런 것보다 신천지가 더 중요했으니까요."

2019년 여름,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올해 스물 아홉, 그는 다시 취업준비생이 됐다. 
 
'박근혜 시계' 찬 신천지 이만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180도 회전)
▲ "박근혜 시계" 찬 신천지 이만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180도 회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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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정현(29, 여, 가명)씨는 정반대 경우다. 그녀는 기독교인이었다. 모태신앙(태어나면서부터 부모에게서 전수받은 신앙)이었다.

"왕십리역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왔어요. 크리스찬 연극을 하는데 캐릭터 연구가 필요하다고요. 인터뷰 해줄 수 있겠냐고요. 저는 친구들이 늦게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던 차였고요. 기독교 연극이라니까 재미있겠다 싶어서 응했고, 거기서부터 시작된 거죠."

신천지의 촘촘한 그물망에는 무교인도, 모태신앙인도 모두 걸려들 수 있다. <오마이뉴스>는 20대의 상당 기간을 신천지에서 보낸 청년 3명을 통해 신천지의 전도 방식, 한 번 발 디디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 등을 확인했다.

이들의 당부는 "개인 정보를 아무에게나 주지 말라"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전도한다    

정현씨가 설명한 일반적인 길거리 전도 방식은 다음과 같다.
 
2명이 전도 할 때는, 원래 신자와 새로 온 신자를 붙인다. 길거리에서 휴대폰이나 패드를 들고 불쑥  '아~~ 안녕하세요' 하며 유독 밝게, 정신없게 말을 붙인다. '밝게'가 콘셉트다. 대학교 동아리, 연극 하는 사람들로 위장한다. 연극 포스터를 가짜로 만들고 연극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을 건다.
 
정현씨는 "홍대 같은 곳에 청년들이 부스를 만들어서 문화행사 하듯이 타로 점을 봐준다거나 캐리커처를 그려준다고 하면서 추첨으로 뭘 드릴테니 번호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준호씨는 서점 전도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서점에서, 어떤 사람이 컴퓨터 전공 서적을 들고 있으면 '컴퓨터 쪽을 알고 싶은데 아예 모른다, 기본 서적을 추천해줄 수 있냐'면서 물꼬를 텄어요. 길거리에서 전화번호를 따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말을 거는 거라서, 그런데 (전화번호를 얻을) 확률은 높아지죠. 일단 친분을 쌓았으니까요. 사실 지인 전도가 확률이 제일 높아요."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 사무실 입구.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 사무실 입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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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연(26, 여, 가명)씨는 "팟캐스트 채널을 만들어 포교 활동을 한 적도 있다, 월드비전이나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NGO를 사칭해서 활동하는 신천지도 봤다"라며 "요즘은 번호를 잘 안 주니까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본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길에서 전도하면 워낙 의심을 많이 받으니까 등산 동호회에 가입하는 사람도 있고 일반 교회에 숨어 드는 경우도 있다"라며 "친구 만드는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으로도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서연씨는 "포교할 때 인성·심성·환경을 알아내야 윗선에 보고되고 전도 했다고 인정받는다"라며 "누군가가 장로교를 비판하거나 나와 부모님 관계를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신천지인지) 의심해볼만하다"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은 친구들을 신천지가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연씨는 "연락처를 달라는 거 자체가 위험하니 절대 개인 정보를 넘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노하우 
전도가 이뤄진 후에는 생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 그들의 방법이다.

준호씨는 "신천지의 몇 십 년 된 노하우는 생각할 틈을 안 준다는 것"이라며 "체계가 굉장히 꼼꼼하다"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딴 생각을 못하게끔 24시간 개인 생활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정현씨는 앞서 "아침에 일어났는지, 일어나서 묵상했는지, 오전·오후 나눠서 전도 대상한테 연락했는지 등 모든 스케쥴을 하나하나 윗사람한테 보고하게 돼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외부노출'을 경계하는 신천지인들은 일상적으로 텔레그램을 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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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씨는 "(신천지에서는) 꼭 텔레그램을 쓴다, 보안이 좋다"라며 "카카오톡도 국내 어플리케이션이라 수사기관이 의뢰하면 내역을 다 뽑아볼 수 있다, 신천지 입장에서 그게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천지 통제 하에 놓인 후에는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정현씨는 "모태신앙이었음에도 '신천지가 다른 형태의 교회일 수 있겠다'는 생각만 들었다"라며 "그 안에 있으면 함께 믿는 사람들이 항상 같이 있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준호씨는 "교리에 세뇌돼 버리면, 이만희의 부도덕함이 보여도 '그럴 수 있지, 그 분인데'가 돼버린다"라고 말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도 신천지는 이해하게 만들어요. 영(정신)의 세계를 육(육체)이 이해 못 하는 거라고 하죠. 그리고 하나님이 신천지를 위해 모든 걸 해 놓으셨는데 제가 몇 개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신천지를) 나간다는 건 큰 죄라는 생각을 갖게 해요. 그래서 이상하다고 느껴도 쉽게 못 나오죠."

그럼에도 의심은 싹텄다. 준호씨는 "총회장이라는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우리 교회는 왜 부정부패가 있지? 이런 부분이 깔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나마 나는) 자기 합리화가 덜 됐었다"라며 "신천지 교리에 대한 믿음조차 깨지면서 모든 믿음이 깨져버렸다, 진짜 사기 집단이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의심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신천지 신도, 교육생의 인적사항 등 자료를 확보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3일 오후 경기도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가 신천지 신도, 교육생의 인적사항 등 자료를 확보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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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신천지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진 않겠지만...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계속 의심해 보세요."
 

지금 신천지에 있을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정현씨는 '의심'을 이야기 했다.

준호씨는 "신천지 교리 비판하는 영상, 한 번이라도 보고 궁금한 게 생기면 지도층에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답을 제대로 못 해주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며 "어느 순간 '아 좀 이상하다, 저 사람이 나에게 애매하게 대답을 해줬다'는 느낌이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사회관계 모든 게 망가져가면 신천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필요해져요. 그런데 지도층의 대답이 확신을 못 주면 괴리감이 생기겠죠. 그러면 '다른 생각'이 들게 될 거예요. 무작정 비난해 봐야 신천지 안에 있는 친구들은 더 강해져요. 차라리 이런 부분을 건드리는 게 좋은 방법인 거 같아요. '비난 받을 지점들이 해소 되면 더 강해질 거 아니냐, 네 길에 확신을 위해서 너를 위해  검증을 해 봐라'라고요. 딱 한 번만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신천지에서 딸이 돌아왔다, 전쟁이 시작됐다

[신천지와 20대 ④ - 탈출] 무릎 꿇은 엄마, 딸을 업은 아빠... 그들의 '약속'

20.04.02 07:23l최종 업데이트 20.04.02 10:45l
이지혜(8463jh)btn_arw2.gif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과 부모를 만났다. 이 기사는 그 마지막회다.[편집자말]
딸이 신천지에 빠진 걸 안 다음 날, 부모는 딸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그리고 빌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 자식 관계가 가장 멀어져 있더라고요. 내가 서연이 말을 들을 준비가 돼야겠다 싶었어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엄마한테 얘기해야지 신천지에 얘기했다는 거 자체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고. '너를 개종시키고 그런 거 난 모른다, 그냥 너와 대화하고 싶다, 담부터 허물자, 엄마가 너무 네 얘기를 안 들어준 거 같다'고 했어요. 내가 잘못했다고 했죠."

3월 26일 서연씨의 아빠(52세)와 엄마(51세)를 만났다. 그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4년도 훌쩍 지난, 딸을 신천지에서 빼내려 했던 그 날을 설명했다. 서연씨는 앞서 나간 <"나는 거짓말에 중독됐다, 신천지가 콜센터 취업 제안"> 기사의 주인공이다. 그는 "부모님이 믿고 기다려주셔서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어떤 강압도 없이 대화만으로 가능했다고 했다. 서연씨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부바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급변한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덕교회에 신천지 교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난 달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덕교회에 신천지 교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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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구리이단상담소에서 전화가 왔다.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고 했다. 불쾌감이 먼저 밀려왔다. 버럭 화부터 냈다고 한다. 그러자 상담소 측에서는 '딸 물건에서 예은(가명)이란 이름을 발견하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제야 딸 방을 뒤졌다고 한다. 딸 스케줄러에 '예은이가 연락이 안 된다, 이기자 이기자 이기자!!'라고 적혀 있었다.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 딸은 신천지 구역장(교인 관리 역할), 예은씨는 구역원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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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변한 것은 2014년 대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모범생 그 자체, 든든한 딸"이었던 서연이가 "내 딸 같지 않았다". 가족 식사에 불참했고, 명절 등 집안 행사 때도 온갖 핑계를 대고 빠졌다고 한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고, 대중목욕탕을 가도 방수팩 속에 휴대폰을 갖고 들어가 손에서 놓질 않았다. 그 좋아하던 소고기, 옷에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서연이를 두고 엄마는 "그림자 같았다"고 했다.

고민만 거듭하던 그때 상담소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딸이 왜 그러는지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는 "(병원에서) 병명이 나온 것처럼 조금은 속이 시원했다, 답답했던 이유를 알았으니 해결책만 찾으면 되겠다 싶었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그 해결책은 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무릎을 꿇었던 이유였다.

딸은 대화에 응했다. 하지만 신천지에서 나오자고 결심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를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물론, 자신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엄마 모습 또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집을 나서면서 딸은 아빠에게 '업어달라'고 했다. 아빠는 다 큰 딸을 업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철철 울었다고 했다. 세 사람은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대화

일단 집을 벗어나야 했다. 이미 서연씨는 부모님 연락처, 차 번호, 조부모님 집 주소, 가게 주소까지 모두 신천지에 제출한 상태였다. 신천지가 모르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옮겨 간 모처에서, 서연씨의 첫 마디는 "신천지에서 행복했다, 그 전의 삶은 지옥이었다"였다고 한다. 엄마는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신천지에서 그 고생을 하면서도 왜 행복할까. 그 행복을 왜 부모인 나한테서 못 받고 신천지에서 받았을까... 예전에 딸이 저한테 '속물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겠다 싶은 거예요. 부모라는 이름 아래 '좋은 학교 가라, 상류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만 강요한 거예요. 90점 맞아 오면 100점 못 맞았다고 혼냈죠. 내 입맛대로 애를 끌고 다닌 거죠. 좋은 옷 사주고 좋은 학원 보내면 끝인 거처럼. 애가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다 무시하고요. 그러다가 딸이 신천지에서 신세계를 만난 거예요. 제 잘못이죠."

딸은 엄마에게 말했다. "난 엄마의 기쁨조였다,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살 거"라고. 엄마는 또 다시 용서를 빌었다. "네가 행복한 대로 살라"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딸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연씨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고개 안 숙이는 사람"인 줄 알았던 엄마였다. 앞서 신천지에서 빠져나온 예은씨 부모님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다.

"딸이 지금 삶이 싫어서 신천지에 갔어요. 그럼 다시 돌아왔을 땐 다른 삶을 살게 해야 돌아오겠죠. '딸이 바뀌는 게 아니고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그 말을 예은이 부모님이 해주셨어요."

팩트 체크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월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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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대화는 2주 넘게 이어졌다.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우는 엄마를 안아주긴 했지만, 딸은 여전히 "여기서 나가면 신천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내가 20년을 키웠는데, 신천지에서 100년 넘게 산 거처럼 완전히 기준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세포 조직을 다 바꿔놓은 거 같았어요. 딸이 하는 말이 '나중에 내가 제사장이 되면 금은보화를 들고 와서 지금 못한 효도를 하겠다'더군요. 엄마·아빠를 사랑하니까 신천지를 더 내려놓을 수 없었던 거예요. 부모한테 '성령훼방죄(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죄)'를 짓게 할 수 없었던 거죠. 우리 지옥 갈까봐. 그걸 깨달으니까 너무 미안하고 불쌍하고, 나보다 낫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세 사람은 약속 했다. "우리가 신천지로 가든, 네가 나오든, 가족이니까 하나가 되자"고 했다.

구리이단상담소에 도움도 요청했다. 상담 과정에서 서연씨는 "검찰도, 방송국도, 다 뇌물을 먹고 조작한 것"이라며 "난 내 눈으로 본 만국회의(신천지 내 행사)만 믿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만희 선생님의 세계 평화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인사들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팩트 체크'에 나섰다. 만국회의 참석 인사 명단을 확인했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 부총리는 그 시점에 한국에 있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털어 내면서 신천지가 거짓이란 걸" 딸이 알아갔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위해 그런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의 마음도 열렸다. 3주가 지났다. 딸이 "이제 됐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알고 있던 서연씨가 돌아왔다. 엄마는 딸에게 부탁했다. "엄마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그 때 그 때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고치겠다"고, "배우겠다"고, "앞으로는 명령조로 말하지 않고 의논하겠다"고도 했다.

전쟁... 약속   

그런데, 전쟁이 시작됐다. 엄마는 "안에 있던 3주보다 나와서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아빠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서연씨가 모든 걸 놔버렸다. 한때 전부였던 신천지를 내려놓고 나니 남은 게 없었다.

"그 안에 있는 친구들, 세상은 손가락질하잖아요. 본인은 진심이었는데 모든 게 거짓이 되어버린 거죠. 그 순수한 마음이 완전히 묵사발 됐죠... 이제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자신이 없어졌대요. 신천지를 선택한 것도 본인이니까요. 그냥 지켜만 봤어요. 우리 딸이 이겨낼 거라고 믿었어요. 지금 굉장히 큰 암 덩어리를 제거해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고 회복도 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 대신 우리는 그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자, 그렇게 그 시간들을 보냈어요."

엄마는, 아빠는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어림잡아 "신천지에 있던 시간의 두 배"라고 했다. 2년이 흘렀다.

"딸과 함께 선교를 간 나라가 있었어요. 길에 온통 똥 천지고 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어요. 저도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선교 다녀와서 딸이 '저 바닥에 똥이 지금 내 마음'이라면서 '저 사람들은 똥밭에서도 행복한데, 나는 그저 막 살려고 했다, 이제는 막 살지 않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제 됐다'면서요. '엄마·아빠가 약속들을 지키고 있고, 노력하고 있고, 변한 모습에 용기를 갖게 됐다'고 했어요."

엄마는 "신천지 전과 후로 보면 우리 가족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딸이 치른 대가로 우리가 너무 많은 걸 받았다, 집에 가면 리모컨만 찾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신천지에 빠진 아이를 둔 부모들과 상담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 때, 자신들에게 딸이 아니라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해준 예은씨 부모님처럼.

다시, 부모
 
신천지 이만희 '코로나19' 회견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고성리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달 2일 "코로나19" 기자회견 당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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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 빠진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엄마 "처음엔 배신감에 화 많이 나실 거예요. '내가 이만희 종노릇하라고 키웠어?' 이런 마음이 들죠. 그런데 그 분노가 오래 가면 안 돼요. 최대한 빨리 삭히세요. 그리고 아이가 신천지를 왜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그게 고리예요. 들어간 계기가 있다면 그 계기로 나와야 하거든요. 이걸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들은 솔직히 아이 빼내기가 쉬워요. 불화가 많은 가정은 힘들어요. 그런 부모님들한테는 그래요. '애들 꺼내려 하지 말고 부모님 관계부터 회복하시라'고. 가정에 불화가 많아서 신천지가 지옥이어도 거기 있겠다고 말하는 애들, 꽤 봤어요. 결국 부모 탓이에요."

아빠 "신천지임이 드러난 아이 중에 자해하는 애들이 있어요. 자해한 건 안 아픈데 부모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게 더 아프다고 해요. 애들은 그런 마음으로 거기 있는 거예요. 그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신천지에 빠져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아빠는 "기성세대들이 너무 잘못해서 신천지에 빠지고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미 나온 애들한테 한 마디 한다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엄마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신천지에 있다 나온 애들, 진짜 일 잘해요. 신천지에서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사회에서 뭘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선입견 갖지 말아주세요. 많이 아팠다가 사회에 나온 아이들이잖아요. 보듬어주세요, 부디. 그리고, (코로나19 지나고 나서) 신천지를 잊으면 안돼요.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진화해서 곳곳에 침투해요. 옛날에 '다시 보자 간첩' 그랬잖아요. 정말로 '잊지 말자 신천지'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