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매달려

빈틈없는 가시창들로 성벽을 쌓고

느긋하게 가시창들을 세고 있을 때

 

느닷없이 내리치는 막대기에

허공에서 혼돈의 땅으로 추락하여

나뒹구는 가시 돋친 밤송이

 

추락의 충격도 잠시

사정없이 짓밟는 발길질에

저주의 가시창벽이 무너지자

드러난 단단한 방패옷을 부여잡고

떨어져 나간 가시창들을 그리워할 때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단단한 방패옷조차 찢겨지고

 

솟구치는 고통의 눈물 속으로

이미 앞서 가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죽음의 십자가 피눈물이 흐를 때

 

창과 방패로 마지막까지 감추고 싶던

견고한 자기 사랑의 떫은 속껍질을

죽음의 피눈물에 불려

날 선 칼날로 깍아내며 완성해 내는

그리스도 손 안에 있는 알맹이는 보았네

 

두들겨 맞음도

짓밟는 발길질도

찢겨짐과 깍아냄도

 

안고 있는 그 분이 먼저 당하셨음을

창세전 언약 안의 고귀한 사랑의 표현임을

안겨 있는 알맹이만 알 수 있는 드러난 비밀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