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준비 중에 쓴 나물을 이야기 하려고 여름의 상치가 쓰다고 하려는데 상치가 아니라 상추가 표준어라 말이 생각나서 검색해 보니 이런 글이 있어서 올립니다. 성경 번역에 대한 내용도 있어서 한번 보실 만 합니다.)


상치와 시금치


 

글 : 오소운 목사



1. 상치와 시금치

“할아버지, ‘상치’ 가 맞아요? ‘상추’ 가 맞아요?”

“왜 갑자기 상치 타령이냐? 상치 쌈이 먹고프냐?”

“그런 게 아니라 친구하고 내기를 했걸랑요. 상치가 맞나 상추가 맞나 하구요.”


“그래 넌 어디다 걸었니?”

“상치에요.”

“맞았다. 상치가 원래 표준어야.”

“그런데 한컴 사전에 들어가 보니까 ‘상추’ 로 나와 있던데요?”


“이 사전을 보아라.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대사전」이다.”

“어디…? 어, 정말 상치로 나왔군요.”


■상치

<이름씨> 엉거싯과에 딸린, 채소로 가구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 뿌리 잎은 크고 길둥꼴이며, 줄기잎은 어긋맞게 나고 앞자루가 없다. 초여름에 노란 꽃이 원뿔꽃차례로 피고, 여윈열매를 맺는데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즙이 나온다. 잎을 쌈으로 먹는다. <한자> 거와(苣萵). 와거(萵苣).


“어디 한컴 사전을 찾아볼까?”

■상치

【명】<식물> '상추'의 잘못.


■상추

【명】<식물>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또는 두해살이풀. 높이는 1미터 정도이며, 줄기잎은 어긋나고 뿌리잎은 큰 타원형이다. 초여름에 연누런빛 꽃이 원추(圓錐)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작은 수과(瘦果)를 맺는다. 잎은 쌈을 싸서 먹는다. 유럽이 원산지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거와․와거.


“할아버지, 왜 사전이 이렇게 서로 달라요?”

“이 말도 「반딧불이」의 경우와 같이 잘못 정한 데서 온 실수란다. 반디란 벌레가 내는 불이 ‘반딧불’ 아니냐? 그런데 「반딧불+이」는 ‘반딧불을 내는 벌레’란 뜻이니 말이 되니? 이는 마치 성냥을 「성냥불이」라 하고, 장작을 「장작불이」라 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상치와 시금치는 같은 ‘-치’ 자 돌림의 쌈 싸 먹는 채소로서, 옛날 곡식이 귀한 농가에서는 상치와 시금치를 몇 겹 얹어서 고추장을 듬뿍 바른 다음 깡보리밥을 싸서 주먹만한 것을 눈을 휘번덕거리며 먹었단다.”


“시금치로도 쌈을 싸 먹었어요?”

“암, 상치는 맛이 쌉싸름하고 시금치는 달착지근하여 맛이 잘 어울렸단다. 생각해 보아라. ‘상치와 시금치’․「상추와 시금치」 어느 게 어울리느냐?”

“같은 ‘-치’ 자 돌림으로 ‘상치와 시금치’ 가 어울리는데요.”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오냐, 잘 있었느냐?”

“야, 너 마침 잘 왔다. 우리 할아버지도 ‘상치’ 파야. 네가 졌어.”


“할아버지, 제가 인터넷에서 질문을 띄웠는데요, <배추, 고추, 부추, 상추> 따위는 「­추」 란 접미사를 붙여 만든 말이라는 거예요.”


“아니다. 배추는 백채(白菜)란 말이 변한 것이고, 고추는 고초(苦草)란 말이 변한 것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부추는 구약성경(신11:5) 에도 나오는 채소로서 고려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단다.”


“그런데 요새 국어사전에는 왜 ‘상추’ 로 나와 있어요?”

“표준어란, 제정할 때 어떤 인사들이 모여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단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라. ‘상’ 이란 밝은 소리가 ‘치’ 로 가야 어울리느냐, 어둔 소리 ‘추’ 로 가야 어울리느냐.”


“당연히 ‘치’ 로 가야지요. 그런데 상추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그야  ‘상추’ 를 표준어로 발표했으니까 매스컴 효과를 타는 것이지.”



2. ‘-셔요’와 ‘-세요’

“야, 잠깐 인사만 드리고 나온다더니….”

“아, 미안, 미안! 할아버지 제 여자 친구 정란인데요, 야 할아버지께 인사드려!”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이정란이라고 하여요.”

“오, 그래? 거기 앉거라. 그런데 정란 양은 고향이 울산(蔚山)인가보구나.”


“어머! 어떻게 제 고향을 알아맞추셔요?”

“그 말투가 울산 말투거든. 하하하….”

“울산 말은 뭐가 다른가요? 할아버지….”

“서울에서는 ‘안녕하세요’, ‘알아맞추세요’ 같이 ‘-세요 ’라는 어미를 쓰는데, 울산에서는 ‘안녕하셔요?’, ‘알아맞추셔요?’ 같이 ‘~셔요’ 란 어미를 쓴단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어느 게 맞는 말이에요?”

“울산 출신인 최현배(崔鉉培, 1894~1970) 선생이 살아 계실 때는 ‘~셔요’ 가 표준어였고 모든 교과서는 ‘~셔요’ 로 통일했었지.


그러나 그가 돌아가시자 경기 개성 출신인 이희승(李煕昇, 1896~1989) 선생이 ‘~세요’ 로 교과서를 고치시고, 표준어도 ‘~세요’ 로 했단다.


두 분은 어찌나 고집이 세셨던지, 당시 대학 입시생들은 연세대를 가려는 학생은 최현배 교수의 책으로 공부해야 하고, 서울대에 가려는 학생은 이희승 교수의 책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 시절도 있었단다.”


“두 분 어른의 고집 때문에 학생들만 괜한 고생을 했겠군요.”

“그럼 지금은 ‘~세요’ 세상인가요?”

“아니, ‘~세요’ 와 ‘~셔요’ 가 공존하는데, ‘~셔요’ 보다는 ‘~세요’ 가 우세한 것 같더라.”


■ ~셔요

「어미」'-시어요'의 준말. ≒-세요03. ¶말씀하셔요. / 어서 가셔요. / 자 모두 여기를 보셔요. / 시간이 많이 늦었어요. 빨리 오셔요.


■~세요

「어미」『'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또는 'ᄅ' 받침인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 =-셔요.

§어서 가세요. / 계속 말씀하세요. / 갑자기 웬일이세요? / 이분이 우리 어머님이세요. ‘-으세요.’



3. ‘-옵시-’와 ‘-시옵-’

“참 할아버지, 성경 한글 개역(개정판)을 보니까 주기도문이 달라졌더라구요. 보세요.”


ㅡ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허! 아주 좋은 걸 발견하였구나. 그래 너도 국문학을 하는 학생이니 종래의 주기도문과 개정판의 주기도문에서 문제점을 말하여보아라.”


“저야, 이제 겨우 2학년이데 뭘 알겠습니까만, 여기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어미(語尾) 문제인 것 같아요. 종래 것은 ‘-옵시-’라는 어미를 썼는데, 개정판은 ‘-시옵-’이란 어미를 썼어요. ‘-옵시-’란 어미는 국어대사전에 이렇게 풀이되어 있어요.”


■‘-옵시-’

<어미>『받침 없는 어간이나 'ᄅ' 받침인 용언의 어간 뒤에 붙어』(다른 어미 앞에 붙어』(예스러운 표현으로) 존대를 나타내는 어미. 공손함을 나타내는 어미 '-옵-'에 주체에 대한 존대를 나타내는 '-시-'가 결합한 말이다. '-시-'보다 극진한 존대를 나타낸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그런데 ‘-시옵-’ 이라는 어미는 어느 사전을 찾아보아도 없어요.”


“아주 잘 보았다. 이 문제도 아까 최현배 이희승 선생 때의 경우와 비슷한 경우야. 성경번역 감수위원 중에 어느 대교단에서 파송한 국문학을 전공한 감수위원이 강력히 ‘-시옵-’ 을 주장하여 신약을 먼저 번역하여 출판했지. 그런데 최종 감수할 때엔 교단 밖의 전문가들에게도 위촉하여 감수를 했는데, 나도 위촉받아 감수를 하였단다. 그런데 보니까  ‘-옵시-’ 를 군데군데 ‘-시옵-’ 으로 고친 거야.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옵시-’ 가 맞는데, 굳이 ‘-시옵-’ 으로 고치려면 신구약 수백 군데를 다 고쳐야 할 게 아니냐고 의견서를 제출했지. 하지만 발행 예정일이 임박했기 때문에 ‘-옵시-’ 와 ‘-시옵-’ 이 공존하는 성경이 되었단다.”



4. 산채-야채-채소-푸성귀-남새


“할아버지, 저기 저 집은 「산채 비빔밥 전문점」이라 써 붙였는데, 산채(山菜)란 뫼산+나물채 그러니까 산나물을 말하는 것이지요?”


“맞다. 우리말의 80% 이상이 한자어거든. 한자를 배우면 아주 편리하단다.”


“그런데 ‘야채’ 란 말은 들야(野)+나물채(菜)=들나물이란 뜻 같은데, 어떤 사람은 일본어라 「야사이(やさい, 野菜)」라고 해요.”

“네 말대로 야채란 들에서 나는 들나물이란다.”


“그럼 요즘 방송이나 신문에서 ‘고기보다 야채를 많이 먹어야 건강에 좋다’ 할 때의 야채란 ‘들나물’ 을 뜻하는 것인가요?”


“그런 경우의 야채는 일본어 「야사이(やさい, 野菜)」를 말한다. 아까 ‘야채란 말이 일본어’ 라는 주장도 여기서 온 거란다. 일한사전에서 ‘야사이(やさい)’ 를 찾아보아라.”


■やさい(野菜)

【명】야채. 채소. 밭에 심어 재배하는 식용 식물. vegetables.


“아하, 일본에서는 밭에서 심어 먹는 채소를 야채라 하는군요.”

“일본어 야채에 해당되는 순우리말에는 ‘푸성귀’ 란 말이 있단다. 이걸 보아라.”


■푸성귀

【명】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푸성귀를 다듬다 / 채전을 일궈 푸성귀를 따다 먹는 것이 어머니의 유일한 낙이자 소일거리였다. / 집 근처 밭에 푸성귀를 심어 먹었다. / 그들이 그동안 입에 넣은 것들은 날감자와 푸성귀와 밀 이삭 따위들 뿐이었다.≪홍성원, 육이오≫


“어디 국어사전에서 야채를 찾아볼까?”


■야채(野菜)

【명】①들에서 자라나는 나물. ②=채소(菜蔬).

§야채 장수 / 야채 주스 / 신선한 야채 / 고기에 야채를 곁들여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명】①들나물.


“어? 두 가지 뜻이 다 있는데요.”

“말이란 뜻이 분명한 것을 순 우리말로 써야 한단다. 아까 네가 인용한 방송이나 신문의 ‘고기보다 야채를 많이 먹어야 건강에 좋다’ 는 말 중 ‘야채’ 가 일본어 ‘야사이’ 를 뜻한다고 가정하고 이를 순 우리말로 고쳐보아라.”


“야채 대신에 ‘푸성귀’를 넣어 말하면 되겠군요. ‘고기보다 푸성귀를 많이 먹어야 건강에 좋다’ 이러면 되겠지요.”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야채’는 ‘채소’ 를 말한단다. 채소를 찾아보아라.”


■채소(菜蔬)

【명】밭에서 기르는 농작물.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는 식용한다.

§무공해 채소 / 채소를 가꾸다 / 채소를 심다 / 채소를 다듬다 / 푸른 채소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밭과 깊게 쟁기질해 놓은 논과….≪박완서, 도시의 흉년≫【명】채마(菜麻)①.


“옛날 어른들은 채소를 순 우리말인 ‘남새’라고 하셨단다.”


■남새

【명】=채소(菜蔬).

§가을 남새를 다듬고 있던 딸 오동네가 웅보를 보고는 "아버지" 하고 소리치며 뜨악하게 바라보았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5. ‘저승사자’와 ‘추숫군 천사’

“저기 우리학교 저승사자 교수님이 오신다. 얼른 도망가자.”


“그런데 저승사자란 게 정말 있을까?”

“암, 있지. 저승사자란 사람이 죽을 때 그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가려고 오는 검은 옷 입은 귀신 아니냐?”


“어디 사전을 찾아보자.”


■저승사자(使者)

【명】저승에서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죽은 사람의 넋을 데리러 온다는 심부름꾼.


“염라대왕은 또 뭐야?”


■염라대왕(閻羅大王)

【명】<불교> 저승에서, 지옥에 떨어지는 사람이 지은 생전의 선악을 심판하는 왕. 지옥에 살며 십팔 장관(十八將官)과 팔만 옥졸을 거느리고 저승을 다스린다. 불상(佛像)과 비슷하고 왼손에 사람의 머리를 붙인 깃발을 들고 물소를 탄 모습이었으나, 뒤에 중국 옷을 입고 노기를 띤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럼 예수 믿고 죽은 사람은 천사들이 데려간다던데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니?”


“당연하지.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이 있는데 성경 CD로 내 검색해볼게.”


ㅡ 이에 그 거지가 죽어 천사들에게 받들려 아브라함의 품에 들어가고 부자도 죽어 장사되매…. (눅 16:22).


“아하, 정말이구나.”

“또 있어. 이것도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건데 자 보라구.”


ㅡ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예비한 것이 뉘 것이 되겠느냐(눅 12:20).


“그 말씀에 천사란 말은 없잖아?”

“천사가 무얼 하는 존재냐? 하나님의 심부름꾼 아냐? 영혼을 도로 찾을 땐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신단 말이다. 성경(마 13:39-43)에는 그들을 ‘추숫군 천사’라고 이렇게 나와 있어.”


ㅡ 가라지를 심은 원수는 마귀요, 추수 때는 세상 끝이요, 추숫군은 천사들이니, 그런즉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사르는 것 같이 세상 끝에도 그러하리라. 인자가 그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 나라에서 모든 넘어지게 하는 것과 또 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거두어 내어, 풀무 불에 던져 넣으리니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나님이 보내는 게 아니라 ‘인자’가 보낸다구 했는데, ‘인자’ 란 누구니?”


“예수님이야. 휴거란 말 너두 알지? 휴거 때가 되면 예수님이 ‘추숫군 천사’ 들을 보내서 죄인들을 잡아다가 풀무 불에 던져 넣으신다, 이 말씀이야.”


“아이구, 나 어떡하니? 정말 무섭구나.”

“떨지 마. 예수 믿는 사람은 구원받는다고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ㅡ 그 때에 의인들은 자기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리라.


“우와! 살았다. 나도 당장 예수 믿을 거야.”

“아멘, 주여 제 친구를 받아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