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늘이 D-DAY 다

한 달 전부터 나는 이 날을 기다렸다.

대상은 우리집에 정수기 관리를 해주러 오는  53세 여성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친분을 나누었기에 나에 대한 그녀의 호감도는 높다.

내가 기독교인 이란걸 알고 있으며 종교가 있으셔서 그런지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고객에 대한 립서비스인지 모르겠으나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감사히 칭찬으로 듣겠다는  가벼운 말 외에 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마도 종교에 관해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오늘은 그녀가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러 오는 날이고 나는 그녀에게 전도를 할 생각이다.

사술을 부리지 않는 정공법으로...

말씀에 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전도를 하면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 궁금했기에

이 기회를 나름 기다려왔다.

" 띵동~ "

드디어 그녀가 왔다.

 

# 2


" 언니, 저한테 오늘 3분만 시간을 내주세요.

  바쁘시겠지만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요"


" 어머, 아니예요~  5분, 아니 10분도 괜찮으니까 얘기해요  호호호~"


그녀와 마주 앉았고  무슨 일인가 호기심 가득한 그녀를 보며 지긋이  물었다

 
" 언니,  도를 아세요? "


 " ....... (매우 놀란 표정과 침묵) "


 "언니에게  오늘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해 드리려구요.

  예수님은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이세요.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굴욕적인 모습으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죠.

  그런데 많은 목사나, 교인들이 그  하나님을 믿으면 복을 받아 성공하고

  세상에서 원하는걸 얻는다고 말하는거 들으셨을 거예요.

  그건 거짓말 이예요.

  그 분은 우리의 인생살이나 돕자고 오신 분이 아니거든요.

 
  제가 교회 열심히 나가고 헌금 잘하고 착하게 봉사 많이 한다고 해도

  그 분은 저의 행위를 칭찬하면서 돈다발이나 던지시는 분이 아니라구요

  제가 그분을 위해 한다는 모든 종교적 노력은 불타 없어질 쓰레기 같은 거예요.

  되려 고난도 서슴지 않고 주시면서 너는 먼지이고 안개라는거 알아라 하시고 

  제 속에 가득한 야망, 욕심, 탐욕이 어떤것인지 창피하게 자꾸 드러나게 하세요

 
  저는 그런 일을 통해 제가 얼마나 죄로 가득한 인간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 겪기 싫은 과정을 지나가며 저에게 붙어있는 더러운 때를

  한꺼풀씩 벗겨내 주시죠

  그렇게 발가 벗겨지며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는거

  그것이 교회 다니는 목적이 되야 하는 겁니다.

 

  제 삶의 성공을 위해 그분이 계시는게 아니고 그분을 위해

  인간이,우리가, 제가 있는 거예요.

  지금은 저의 말이 분명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언니가 주님의 자녀이고 그분의 오래 전 계획 속에 있는 분이면

  언젠가는 예수 그리스도 앞으로  오시게 될거예요.

  전 지금 예수 그리스도 한번  믿어보라고 이 말을 하고 있는게 아니에요.

  그분을  믿는건  그분이 결정하실 일이지 언니가 선택한다고 되는게 아니거든요.

 

  저는 다만, 언니가 언제일지 모르나  교회에 가게 되는 날이 오면

  혹은 누군가의 권유로 가야 할 날이 왔을 때,

  언니가 원하는 뭔가를 얻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교회에 나가는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는 걸 미리 알려드리는 거예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면 나의 육신의 일들은 점점 어긋나고 어쩌면 되는 일도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것과는 감히 견줄수도 없는 영적인 십자가의 은혜가 언니 삶에 시작되지요.

  아니, 지금 저의 이야길 듣는  이 순간을 갖게 하신것도

  그분의 일하심이 라는거.....  저는 알아요...

     
  됐어요. 제가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예요.  

  언니, 이런 예수 그리스도 믿고 따르고 싶으세요?

   교회에 한번 가보시겠어요?"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냉큼 대답했다

 
 " 싫어요!  그런 신을 왜 믿어요? 

   잘먹고 잘살게 해주는 복두 안주는데  뭐하러 교회를 가요?

   제가 150여 집을 다니는데  거기에  온갖 종교를 가진 분들이 다 있어요.

   그분들이 저한테 다들  전도를 하세요. 

   그런데  고객님처럼 예수님 이야기 하는 건 첨들어봐요

   아무리 열심히 교회에 충성하고 갖다 바쳐도 그게 복 받는거랑 상관없다는 건 좀..

   아휴~~ 제가 그만 바빠서 가야겠네요.  다음 고객이 기다릴거 같아서요...."


그녀는 갑자기 서둘러서 일어났다.   아까는  시간 많다더니..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신발을 신으며  이렇게 말했다.


" 근데  무슨 그런 전도가 다 있어요?  기독교는  맞으시죠?

  다른 교회 다니는 고객들은 전혀 그런소리 안하던데...."    

쌩한 얼굴로 돌아서는 그녀를  마실것까지 챙겨주며  미소로 배웅하고,

나는 갑자기 서글프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여

평소 즐기지도 않는 쓴 커피 한잔을  마셨다.

 


# 3


나도 전도 좀 했던 사람이다.

속된 말로 유창한  말빨에 종교적 행위까지 특심으로 하니 불교신자 마져도 교회로 이끌었다

그러나 난 거짓말 쟁이다.

예수 그리스도도 모르는 주제에 다 아는척 그분의 십자가에 먹칠 좀 적쟎게 했다.

목사나, 다른 누구의 핑계도 대지 않겠다.

결국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는다는  야고보서 말씀이 딱 내 모습이니까. 
 
성경 말씀에 기록되어 있는대로 전도하면 예수 앞에 나올 자가 없을거라는

목사님의 절절했던 읍소는  아주 "적확"한 말씀이다

그녀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그런 예수님을 고객님 가족은 다 믿는다구요?" 

 

" 그럼요..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오늘 저녁에 마침 모임이 있는데

   거기 오시는 분들이 다 그 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 (침묵했으나 별난 사람들이네 라는 표정)"


그런데  이번 4월 모임에서 목사님이 마치 내가 한 말을  아시기라도 한듯

이런 말씀을 하신다

 

" 믿음요? 여러분이 믿음이 있다구요? 주님은 여러분 속 다 아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이지 여러분의 믿음 전혀 아닙니다"

 

그 말씀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나의 십자가 복음  첫 전도는 이렇게 실패의 모습으로 일단락이 났지만

괜찮다.  다음 타겟을 물색하여 또 다시 해 볼 참이다..

 


" 저..도를 아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