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본 의존교회              

 

10년 전, 그러니까 2000년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교회 때문에 방황하고 있을 때, 산하엄마와의 인연으로 의존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가보게 되었다.

 

처음 방문이 수요예배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의 찬송소리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어떤 감흥을 준다. 바닥은 장판을 깔아 놓았고 의자 없이 낮은 책상에 성경책과 찬송, 그리고 노트를 올려놓고 필기를 하며 예배를 드린다. 갓난아이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함께 예배를 드린다. 가족단위로 앉아서 예배를 드렸고 주일에 나오는 대부분의 교인들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요일임에도 작은 예배당이 가득 찬 느낌이었다.

 

성도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해서 살고 주일예배에도 어린 아이에서부터 어른까지 함께 예배를 드린다. 목사님은 설교를 하시고 아이들과 어른들은 열심히 받아 적는다. 중간 중간 아이들이 화장실을 가기도 하고, 설교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칭얼대는 아이들을 부모가 말로 훈계를 한다. 말로 훈계를 하다 도가 지나친 아이들은 화장실 쪽 베란다에서 사랑의 매로 아이들을 다스리고 들어온다. 맨 뒤에 앉아서 이런 저런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어수선하고 산만해서 적응이 잘되지 않았다. 매 모임 때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예배가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강설 복습지를 경쟁하듯이 달려가 먼저 제출하려고 한다.

 

목사님은 아니, 그땐 전도사님이었다. 목사님의 설교는 세련되지 않았고 사람을 홀릴만한 언어구사력을 가지고 청중을 휘어잡는 목소리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을 말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다. 제물 되신 어린양의 공로와 그 공로를 알게 하시려고 광야로 몰아세우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싫다고 일평생 발길질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죄인의 실체와 그 저주를 이기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부활 생명만이 우리가 알아야 할 참된 진리임을 선포하신다.

 

처음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생각한 것이 어떤 상황에서든지 나는 할 말이 없는 존재라고 생각이 되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나만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악만 드러내는 인간 본성의 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파헤쳐 주시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의존교회 교인들은 교제를 잘 못한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성도는 서로의 죄를 감내하며 살아야 된다는 설교말씀이 이제는 조금 어떤 것인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시끄럽게 떠들고 먼지가 나도록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예배 시작을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자리를 찾아가 앉고 너무나도 조용히 예배를 드린다. 의자 없는 바닥에서의 1시간 예배는 그래도 앉아 있을 만하다. 오후에는 구약과 신약 정독 시간이다. 한 주간동안 정독해서 정리해온 것들을 순서대로 발표를 하고 목사님께서 부연 설명을 하신다.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도 큰소리로 또박또박 자기가 써 온 내용을 읽어 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른들도 앉아 있기 힘든 시간을 아이들도 어른들도 힘들다는 소리 없이 2시간씩이나 되는 오후 정독시간을 보낸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아이들끼리 싸움과 다툼이 있을 때 아이들의 대화가 너무 신기했다. “그게 너 죄야!” 아이들이 “죄”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쓰면서 죄인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의존교회 아이들의 대화였다.

 

의존교회에 나오는 가정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리스도인의 가정, 그리스도인의 결혼의 모습이 의존교회 성도가정의 모습처럼 된다면 좋겠다고……. 어찌 보면 내가 꿈꾸는 가정의 모습일지 모르겠다. 아무튼 보기 좋았고 나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 싶었다. 진정 행복한 그리스도인의 가정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했다.

 

의존교회의 모습이 좋아서 나도 교회 근처로 이사를 했고 동생과 언니, 조카들 그리고 엄마도 함께 의존교회에 나와서 신앙생활을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들이 변했고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거품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아이들은 덩치가 어른 못지않게 아니 더 크게 성장했고, 경쟁하듯이 쓰던 강설 복습지는 이제 자유스럽게 쓰는 아이가 몇 안 되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 그 때 그 어린 아이들, 또랑또랑한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교회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는 반항적인 아이도 있고, 아예 교회에서 볼 수 없는 학생들도 있다. 설교 시간에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머리를 숙이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아이들을 훈계하던 부모도 덩치가 커진 자녀들을 훈계하다 지친 것 같다. 학생들의 예배 태도는 뒤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때가 있다. 꽉 차 보였던 수요예배에는 빈자리가 많아졌다.

 

항상 뒷자리에 앉아서 함께 예배를 드리던 나의 혈육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리고 혼자 넓은 뒷자리를차지하고 있는지…….

 

아예 기독교의 흉내조차 내지 않는 불신자로 전락한 동생, 교회는 어디를 가나 다 똑같다고 순복음교회를 열심히 다니지도 않으면서 다니는 언니, 부모를 따라 갈 수밖에 없는 조카들, 살아서 땅의 복 받고 죽어서도 천국 가는 복을 받아야 한다며 인간의 행위를 요구하는 일반교회로 가버린 엄마…….

 

인간은 악한 죄인이고 인간에게 요구될 것이 하나도 없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지루했던 것인가? 충성도 봉사도 헌금도 구제도 전도도 강조하지 않는 우리 의존교회가 그토록 싫었단 말인가! 죄인이 죽지 않고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의 죄를 발휘하기 위해서 그들은 진정한 교회를 걷어차고 나간 것이다. 나의 혈육이 다 떠났어도 난 우리 의존교회가 좋다. 너의 본성이 악한 죄인이라고 말해 주고 그리스도의 피만 드러내 주는 의존교회가 좋다. 나를 죄인이라고 말해주고 나의 죄가 교회를 통해서 발가벗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