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겠죠?

어제는 일하다말고 풀 숲에 쭈그리고 앉아
지렁이가 가는 길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죠.
뙤약볕에 나온 지렁이는 결국 타 죽을텐데
말입니다.
무엇이 아쉬워서 그랬을까요.
시궁창 습하고 어두운 곳에 길들여지지 못한
탓인지 갑갑한 탓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신체
기능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네요.

빛이 그립다고 그랬을까요.
아니 무작정 빛을 따라 나온 그 지렁이의
운명은 어찌 되는지요.

이내, 그 빛은 지렁이를 태워 죽이고말텐데
말입니다.

자신이 왜 지렁이로 존재해야 하는지
지금 빛을 보면 왜 안 되는건지,
그는 알지 못한 채로 빛에 속고 만겁니다.

빛이 좋다고
그 빛을따라 나오면 좋은 세상이 열릴 줄 알았는데,
그 빛이 지렁이를 타 죽게 했네요.
'빛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보네,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아무리 좋은 것도
나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직은 스스로 진리요.
스스로 의인으로 나타나, 날 증명하기 바쁜
이 역사 속에선 잠시 그리스도 안에
내 몸을 숨겨야 좋을 때도 있는 것이지요.

나의 생각을 알아 들었는지..
지난번 지렁이는 신작로 세멘트 바닥위에서
타 죽었는데 말입니다.

오늘 이 지렁이는 햇빛을 견딜 수 없었는지
텃밭에 있는 흙 속으로 몸을 숨기며 열심히
기어 들어가는 겁니다.
지 살기위해 악착같이 말이죠?

그럼 햇볕에 타 죽은 그 지렁이는 진짜로
죽은 것이요.
지 살기위해 자신의 처지를 알고 흙 속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지렁이는 살아난 것일까요.

그는 자신의 처지와 신세를 이젠 깨닫고
다신,
이 흙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구나??
이걸 알아 먹고 계속 그 어둠의 흙 속에서
마냥 살았을까요.

아직은 우리가 그분의 빛을 감당할 만큼의
존재화 되지 않았음을...
알기까지는 그 지루하고 답답한 어둠 속을
마다해서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그 지렁이처럼
자주 나의 진가를 시험하고 증명 하고픈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존재들이거든요.
그걸 배우게 하시려고 지금도 우리에게 이렇게
부르고 계시는가 봅니다.

"지렁이 같은 너 야곱아"
(사 41장 14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