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2013년 봄에 출간된 책인데, 십자가 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차재승 교수의 국내에서 출간된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구입하여 밤새도록 읽었던 기억이... 이젠 생생한 것이 아니라 희미합니다.^^ 당시 주위 분들에게도 선물을 하고 추천도 하였는데...

 

이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장까지는 십자가 신학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이지만 4장부터는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을 바탕으로 십자가의 심오한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제목 그대로 예수님의 십자가는 신비이자 역설이라는 것입니다.

 

처음 이 책을 읽고 다짐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요약하여야겠다는 것인데, 당시 4장을 요약해놓고는 지금까지 진전이 없습니다. 그게 답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의 전부를 요약하기에는 여건이 되지 않아 당시 요약한 4장 부분을 올리겠습니다. 4장 부분을 읽어보시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대충 감이 올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구입해서 직접 (꼼꼼히 의미를 되새기면서)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제4장 내 몸과 피(막 14:22-25) |자신을 나누심

 

저자는 공관복음에 나타나는 최후의 만찬 장면은 흔히 이해하듯 ‘성찬’에 관한 것으로 축소하여 이해될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다가올 십자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자신의 죽음이 무엇인가를 선포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근원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성찬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보다는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어떤 선포를 하고 계시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에서 하신 말씀은 “이것은(내가 너희와 나누는 이 떡은) 내 몸이다, 이것은(내가 너희와 나누는 이 포도주는) 내 피다, 내 피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것이다, 내 피는 (새) 언약이다,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하나님의 나라에서 새 것으로 마시는 날까지 더 이상 마시지 않을 것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이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죽음이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일 수 있는가?

 

저자는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나 유대인들의 애찬에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말씀을 첨가하셨다고 합니다.

 

“이것은 내 몸이다. 이 잔은 내 피다.”

 

저자는 도대체 누가 감히 식사할 때 먹는 떡을 자신의 몸이라고 하고 포도주를 자신의 피라고 할 수 있는가? 뿐만 아니라, 왜 “이것은 나 자신이다”가 아니라 ‘내 몸’이라고 하시면서 자신의 몸, 그 신체성을 강조하셨을까? 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예수님의 이 말씀이 유월절 어린 양과 연관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즉, 예수님의 몸과 피를 유월절의 어린 양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월절이 십자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가 유월절을 포함하고 있고, 십자가에서는 양의 몸이 아니라 인간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몸이 나누어지기 때문이고, 비록 성경이 예수님을 유월절 양이라고 말하지만 유월절은 예수님의 죽음이 드러내는 실재의 일부를 예표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유월절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이스라엘 백성의 악에 관한 것이 아니라 타자(애굽)의 악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과 승리인데, 따라서 유월절은 예수님이 십자가로 악과 세상을 이기신 것과는 잘 연결되지만 그 범위가 십자가의 실재보다 훨씬 좁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통찰을 보여주는데, 그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겠습니다.

 

‘내 몸’이라는 표현이 유월절과 연관성을 넘어선다면, 그리고 ‘나 자신’이 ‘내 몸’보다 더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진술이라면, ‘내 몸’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상징인 것만이 아니라 ‘그 어떤 실재’를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예수님은 여기서 유월절 어린 양이라는 실재가 아니라, 십자가에서 나누어지는 그리스도 자신의 몸이라는 실재를 말씀하고 계신다. 유월절로 회귀하는 실재가 아니라 유월절을 넘어서는 실재인 동시에,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실재가 아니라 죽음을 맞이하는 자신의 몸이라는 구체적 실재를 드러내신다.(p.65)

 

그러면서, 저자는 예수님이 선포하신 이 신비로운 말씀 속에서 ‘가장 원초적인 두 가지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떡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받으라 이것이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주목하면, 예수님의 몸과 피는 ‘하나의 몸’인데 십자가의 죽음으로 모든 자들에게 나누어진다는 것(쪼개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공유하게 된다는 의미)이고, 두 번째,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라는 말씀과, 자신의 살이 참된 양식이요 피는 참된 음료라는 예수님의 말씀(요 6:54)을 참고하면, 예수님의 몸과 피가 떡과 포도주처럼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음식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우리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십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됩니다.

 

저자는 예수님의 몸과 피와 우리의 연대성을 연결하기 위하여 인간의 타락과 단절을 언급합니다.

 

아담이 하와를 보고 외쳤던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라”라는 고백은 거룩하고 신비스러운 인간의 연대였고, 공동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담의 죄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무너지면서 허물어졌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하시고, 땅도 인간으로 인해서 부패와 착취를 겪고, 인간이 인간으로 인해서 고난을 당합니다. 동일한 몸과 피를 가진 타인과 더불어 자신의 뼈와 살을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면, 인간은 죄 그 자체이며 죄덩어리이며 죄로 꽁꽁 둘러싸인 존재입니다. 죄로 인해서 인간은 단절과 소외 속에서 살아갑니다.

 

여기서 다시 저자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또한 인간은 타인의 죽음을 늘 지켜보면서도 그 죽음을 함께 나눌 수 없고, 자신의 죽음을 미리 경험하지도 못한다. 죽음에 관한 한 인간은 절대 타자일 뿐이요, 자신과의 단절 그 자체다. 인간은 이렇게 죄와 죽음으로부터, 인간에게로부터 버림받은 단절의 존재다. 하나님과, 타인과, 땅과, 자기 자신과 처절하게 분리된 단절의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든 신성이 충만하신 예수님이 몸으로(골 2:9), 그 몸과 피로 찾아오셨다.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그분이 우리의 육신이 되시어(요 1:14) 그 몸과 피로 찾아오셨다. 그리고 그 몸의 죽음으로 그 자신의 몸과 피를 “받으라”고 하시며 우리에게 나누어주신다. 그 자신이 하나의 몸이므로 그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자는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공동체를 이룬다. 갈기갈기 찢겨진 단절과 상실 속에 있던 ‘뼈 중의 뼈와 살 중의 살’들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다시 한 몸을 이루게 되었다.(p.68)

 

예수님은 그 몸과 피로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회복하셨습니다. 그 몸은 만나와는 다른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참된 양식이요(요 6:55-58), 그 피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참된 생명수입니다(요 4:14; 6:53-55). 예수님의 몸은 우리와 동일한 몸이면서도 우리와 다른 몸입니다. 우리의 몸까지 포함할 정도로 우리와 함께하는 몸이요,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질 정도로 우리의 몸과는 다른 몸입니다. 아담의 몸의 일부가 하와의 몸을 이루듯이, 그리고 그들의 몸이 인류의 몸으로 나누어져 왔듯이, 예수님의 몸이 그 죽음으로 우리에게 나누어집니다. 아담이 인류 공동체의 몸인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인류 공동체의 몸입니다. 그는 둘째 아담이요(고전 15:47) 마지막 아담입니다(고전 15:45). 그러나 첫째 아담의 공동체는 무한 분열을 계속해왔다면 둘째 아담 그리스도는 인류를 다시 하나로 묶는 살리는 영입니다(고전 15:45). 우리와 동일한 몸이시기에 우리와 나누어지시며, 우리와 다른 몸이시기에 우리의 갈기갈기 찢긴 단절된 몸을 죽음으로 하나 되게 하십니다. 죽음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단절을 통해서, 다시는 단절되지 아니하는 새로운 생명, 영원한 생명의 공동체를 만드십니다. 죽음으로 그의 몸과 피가 우리에게 나누어졌습니다. 성찬의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나누어졌기 때문에 성찬의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가? 어떻게 예수님의 죽음이 우리와 하나 될 수 있는가?

 

우리는 간혹 거룩한 희생적 죽음을 보게 됩니다. 전쟁에서 동료를 살리기 위해서 부상당한 자가 홀로 남아 끝까지 저항하며 죽음을 맞기도 하고, 일본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유학생이 철도에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구하고 자신은 거룩한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어떤 희생적 죽음도 죽음으로 다른 사람들과는 하나 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죽음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내는지를 우리의 지성으로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자신의 몸과 피가 우리에게 나누어지고 우리가 그 몸과 피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를 선포하셨지만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를 설명하시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신비로운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최후의 만찬에서 나누어진 잔이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라고 하셨습니다. 피로 세운 새로운 언약! 죽음으로 세운 약속보다 더 강한 약속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늘에서 오신 예수님은 자신의 몸과 피로 우리를 먹이시어 우리를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만드신다는 것을 그저 말씀으로만 약속하신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바로 자신의 피로 약속하셨습니다. 예레미야는 이 새 언약을 예언하였습니다. 다시 저자의 글을 인용하겠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남편이 되어도 우리는 늘 하나님을 떠나서 하나님의 백성이 되지 못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언약을 세우셨습니다. 그 새로운 언약이란, 남편으로 옆에 서 계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나누시어 바로 자기 자신을 우리 속에, 우리 마음속에 기록하시는 것입니다. 이 새 언약은 계명의 율법을 자기 육체로 폐하시고(엡 2:15) 하나님이 굳게 세우신(롬 3:31) 그리스도 자신의 율법인데(고전 9:21), 모든 율법을 완성하시는 사랑을(롬 13:10) 십자가에서 이루셔서 율법의 마침이 되신(롬 10:4) 예수 그리스도 자신입니다. 이 새로운 언약의 그리스도는 우리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의 남편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되셨습니다. 우리의 마음에 그리스도가 새겨졌습니다. 그 몸과 피를 우리에게 먹이셨기 때문입니다. 이 새로운 언약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들리면 모든 민족을 모으시듯이(요 12:32) 유대인들만을 위한 언약이 아니라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알게 될 언약으로 바로 우리의 죄를 사하는 언약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속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참된 죄의 용서는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이 자신의 피와 살로 우리를 먹이시어 우리에게 들어오시고 우리가 되셨습니다. 죽음으로. 이것이 로마서와 갈라디아서가 전하는 ‘칭의’의 보다 더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의미입니다. 칭의란 율법의 상태의 변화가 아니요, 믿음이란 인식론적 전환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의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우리에게 들어와 우리의 전 인격을 송두리째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뼈와 살 속에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새겨지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들어오시는 것입니다. 첫째 아담 속에 둘째 아담이 죽음의 약속으로 새겨지는 것입니다.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그 약속은 그 자신의 몸과 피로 우리 속에 새겨짐으로써 이루어집니다.(p.71)

 

저자는 이 장을 마무리하면서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에서 마시기 전까진 새 포도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하신 말씀은 하늘나라에서 예수님과 다시 잔치를 함께 누릴 것을 확정하는 소망이라고 합니다. 최후의 만찬에서도, 성찬에서도, 천국 만찬에서도 예수님은 잔치를 베푸시고 자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주신다고 합니다. 이 땅에서 그 어떤 수욕과 모욕과 참혹함과 고난을 당해도 예수님이 다시 잔치를 여실 때에 그리스도를 먹고 마실 것이라고 하면서 주 예수님이 다시 오시길 기원합니다.